김강훈 ‘구화지문’, 김승민 ‘빛나기 위해 수반되었던 것들은 때로 외면당하기도 한다’
<b>김강훈·김승민 2인전 ‘파도 앞에서는 모두가 방랑자였다’
‘스튜디오 126’ 3월 26일~4월 16일 회화, 설치 10여 점</b>
이번에는 2인전입니다.
닮거나 혹은 아주 다르거나, 해서 비교가 되어 시너지가 될지 극도로 대조적이라 임팩트를 더할지는 보기 나름이겠지만, 들어서는 안내글에서 분위기는 가히 짐작되고도 남습니다.
‘파도 앞에서는 모두가 방랑자였다’라니. 저 스스로 ‘노마드’로 정처없음인데, 처연함이 배가되는 순간이랄까요.
코로나19, 일찌감치 초국가적인 글로벌 재앙을 체감한 바, 일종의 삶과 죽음에 대한 ‘관조’ 내지는 명징한 ‘거리두기’의 예술적 체현으로 다가옵니다.
추상적일 수 있는 관념에 대한 치열한 접근은, 그게 삶이자 끌고 나아가야할 관계망의 축이라는걸 직접적으로 보여주겠다는 의지마저 느껴진달까요.
<b>제3자 시선으로 ‘바라보다’</b>
‘기호’로서 제3자, 비(雨)의 시선으로 전체 대상을 관조해 내던 김강훈 작가는 “현실과 이상에 대한 반성적 고찰로 혹은, 타자에 대한 인격적인 윤리적 책임감을 갖기 위해 나와 타자를 동등하게 놓여진 만들었다”며 그렇게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내리는 비를 실존적 메타포로서 종종 사용했다”고 말합니다.
“윤리적 주체로서의 가능성을 실험하고 나를 구성하고 변화시킬 수 있는 타자의 무한성 앞에서 쉼 없는 요구를 받아들였다”는 작가는 “제3자의 존재 증명을 통해 상호 공존, 인간성 회복의지를 염원했다”고 토로합니다.
그렇게 받아들여 마주한 세상, 그 앞에 놓인 일상은 변하려 하였으나 변하지 못한 또는 변했으나 주변에 동화되며 ‘흘러가고, 흘러 내립니다’.
<b>구체화된 재난…”공존의 가능성 제시”</b>
김승민 작가도 현실을 직시하고 나섰습니다. “2021년부터 현재까지 연구하고 있는 작품들은 재난으로 인해 바다에 잠겼던 세상이 다시 드러나는 세계를 상정하여 그려냈다”는 작가. 재난의 실체를 겪게 되면서 뭍에 올랐습니다.
작가는 “멜랑콜리한 분위기로만 묘사하던 이전의 작품과 달리 직접적으로 디스토피아를 그려내는 것은, 코로나로 인해 거대한 재앙을 마주하는 것이 더 이상 소설 속의 일이 아님을 깨달았기 때문이다”라고 말합니다.
과도한 개발에 따른 재난상황은 군데군데 폐기물들이 함축했습니다. 더불어 인물들, 혹은 멸종되었을 거라 생각되던 종들의 갑작스런 등장을 통해 강인한 생명력과 새로운 가능성 역시 제시하고자 했습니다.
작가는 “개발에 따른 환경문제에 대한 위기의식과 공존의 가능성을 제시하며 극복의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다”고 제작 취지를 전했습니다.
<b>3월 26일 ~ 4월 16일 스튜디오126</b>
이들 작가의 회화와 설치 작품 10여 점을 제주시 원도심 ‘스튜디오126’이 품었습니다. 배경이 주제를 압도하거나 분위기를 주도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1930년대서 현대까지 , ‘126’의 시공간이 갖는 아우라는 그래서 절묘하거나 혹은 적절합니다. 모자란건 채우되, 넘칠땐 덜어냅니다.
경계를 오가다가도, 자칫 무겁게 느껴질 주제에서는 살짝 긴장을 풀고 주위를 둘러보게 만듭니다. 때문에 좀더 작품과 깊이 만나고 대화하는 것도, 이곳에선 권장사항입니다.
관람은 매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입니다. 관람은 무료입니다. SNS 등 일정을 참조하면 됩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
[email protected])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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