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제주 바다에 봄을 부르는 '모자반'</b>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조천읍 북촌 어촌계 해녀들은 음력 정월에 접어든 후 10여 일 지나면 바다로 나섭니다.
제주 바다에 봄을 불러오는 '봄의 전령사' 모자반을 채취하기 위해서입니다.
매서운 겨울을 보내고 봄을 맞이할 준비를 하는 매년 이맘때, 모자반 수확이 시작됩니다.
이들이 모자반을 캐는 곳은 북촌 마을 해안에서 400여m 떨어진 아름다운 섬 다려도입니다.
다려도에는 모자반 군락지가 형성돼 있습니다.
해녀들은 5m 안팎의 바다 아래로 내려가 모자반을 캡니다.
조금이라도 시기가 늦어지면 모자반이 금세 웃자라 거칠어지기 때문에, 대체로 3일 만에 수확 작업을 끝마친다고 합니다.
이상협 북촌어촌계장에 따르면 이곳에서 해녀들이 하루에 수확하는 모자반은 약 5~7t에 달합니다.
<b>제주 바다의 소중한 자원, 모자반</b>
모자반은 톳과 비슷하게 생긴 해조류로, 칼슘, 요오드, 비타민 등 영양이 풍부합니다.
제주에서는 모자반을 몸, 마미초 등으로도 부릅니다.
제주 바다에서 채취하는 모자반은 '참모자반'으로, 중국에서 떠밀려와 제주 해안에 쌓여 문제가 된 괭생이모자반과는 구분됩니다.
모자반국은 제주의 대표적인 향토음식 중 하나입니다.
돼지고기 육수에 모자반을 넣고 끓인 음식으로 제주에서는 예로부터 집안 행사를 치를 때 돼지를 잡아 모자반국을 만들었습니다.
마을 사람들과 함께 나눠먹으면서 집안의 대소사를 마치 내 일처럼 도와준 이웃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기 위함입니다.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몸국'으로 잘 알려진 음식이, 바로 이 모자반국입니다.
<b>그러나...위기에 처한 모자반</b>
제주대학교 기초과학연구소 강정찬 박사는 "수십 년, 짧게는 수년이 지나면 모자반이 제주 바다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는 "다려도는 추자도를 제외하면 제주 본섬에 남아있는 마지막 대형 모자반 군락지"라고 설명했습니다.
우도, 성산 등에서도 모자반 채취가 일부 이뤄지고 있지만 대형 군락지 형태는 아닙니다.
강 박사는 제주 바다에서 모자반 개체수가 줄어드는 까닭에 대해 오염, 남획 등 인간의 개입에 의한 것이라고 분석합니다.
문제는 모자반이 사라지면 장기적으로 전체 바다 생태계에도 큰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강정찬 박사의 설명에 따르면 모자반은 물고기, 오징어 등이 표면에 알을 낳아 번식할 수 있게 함으로써 바다 생물들에게 포육장으로서의 역할을 합니다.
때로는 여러 작은 생물들이 모자반에 몸을 숨길 수 있게 해, 이들에게 상위포식자로부터의 은신처가 되어주기도 합니다.
모자반 그 자체로 하나의 작은 생태계를 이루고 있는 겁니다.
위기에 처한 모자반, 그리고 제주 바다를 지키기 위해, 우리 모두의 관심이 절실한 이유입니다.
JIBS 제주방송 권민지(
[email protected])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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