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변화된 세상은 그들에게 뒤늦은 억울함을 안겨주기도 한 것 같다. 이 좋은 세상을 더 누리지 못하는 그들에게 당신들의 덕택으로 지금 우리가 이만큼 살게 되었다는 보람을 찾아주는 작업을 하고 싶었다"(p17 서문 중에서)</b>
굿청(굿이 벌어지는 장소)에서 우연한 만남이 발단이 됐습니다. 몸이 아파 바다에 들어가지도 못한다는 80대 해녀 할망(할머니)이 ‘불면증’을 호소하며 심방(제주의 무당)과 나누던 대화, 그 굿판에 귀를 기울이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바다를 떠났지만 끊임없이 바다에 얽매여 바다를 품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작가는 할머니의 불면증이란 ‘천형’이 어쩌면 어머니이자 아내, 제주 여성으로서 여러 입장을 강요당한 ‘무엇’과 맥이 닿아 있지 않나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시작한 인터뷰. 제주 부속섬인 우도 해녀 11명과 제주의 동쪽 마을 해녀 8명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해녀가 되기까지, 되고 나서 하루가 같은 날이 없었다는 일상사를 묻고 듣고 재확인했습니다.
바다를 떠나고서도 바다를 끼고 살아 차마 잠들지 못한다는 할망들의 개인사를 채록하며 못다한, 속 깊은 이야기를 풀어 놓는데서 나름의 처방전을 도출합니다
“내뱉지 못한 그 하나하나의 사연이 쌓여 마음의 병이 되고 잠 못 이루는 나날들이 되어 굿을 하기에까지 이른 것이다” 란 생각에, 작가는 그들 개인사적인 이야기에서 마을의 원풍경 속의 삶을 끌어내고 하나의 실타래로 묶어 제주 근대사의 꾸러미로 만들어 냅니다.
제주 해녀이기에 응당 겪어야 했던 희로애락과 가슴에 삭혀 온 이야기들이 날숨과 함께 수면 위로 떠오르면, 그때야 비로소 온전히 자신의 삶을 마주하지 않을까 보고 있습니다.
책 ‘은퇴 해녀의 불면증’ 글은 제주섬문화연구소 연구실장으로 활동중인 문봉순, 사진은 박정근 작가가 맡아 한그루에서 펴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
[email protected])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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