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안 오염이 가중되면서 제주지역 상당수 양식장에서 취수관을 먼바다로 연장시키는 공사가 이뤄지고 있다.
<i>제주 바다가 달라지고 있다. 우리는 이런 말을 수없이 많이 들었습니다. 이 변화의 원인을 우리는 단순히 기후변화에 따른 수온 상승 때문으로만 여겼습니다. 단순히 그 이유 때문일까요? JIBS는 지난해 제주 연안 생태의 변화와 그 원인을 집중적으로 추적해 봤습니다. 제주 바다의 변화의 원인을 수온 상승으로만 해석할 수 없었습니다. 연안 생태 변화 현장과 이유, 대책까지 짚어봤습니다. </i>
<b>- 오염 물질의 연안 유입</b>
제주지역의 특성상 엄청난 양의 지하수가 바다로 유출됩니다. 해발고도에 따라, 땅 속을 흐르고 있는 지하수가 바다에서 기저유출되는 것입니다.
이 기저유출되는 지하수를 용천수라고 하는데, 예로부터 제주에서는 이 용천수에 따라 마을이 형성되고 만들어졌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아직 어디서 얼마나 유출되는지는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 용천수 수질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에는 제주 연안에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는 얘기입니다.
게다가 최근 각종 개발로 인해 땅으로 함양돼야 할 막대한 양의 빗물은 그대로 하천을 따라 바다로 유입되고 있습니다. 도심지 면적은 지난 1980년대 말 67제곱킬로미터에서 2019년 150 제곱킬로미터로 2배 이상 늘었습니다.
또 시설 하우스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농가 입장에서는 단위 면적당 노지 감귤보다 휠씬 수익이 좋은 시설 하우스로 전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2019년 제주지역의 시설 하우스 면적은 62제곱킬로미터로, 축구장 9천개 가량 면적이 피복돼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토지 이용 변화는 침수 피해를 야기시켰고, 침수 피해를 줄인다며 수천억 원을 들여 하천 정비 공사를 진행했습니다. 하천 정비공사로 막대한 양의 빗물은 육상의 각종 오염물질을 떠 안고 그대로 연안으로 유입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양성기 제주대학교 명예교수는 "제주도의 하천 관리는 극초보 수준"이라며 "일부 하천을 제외하고는 아직 정확한 유출량조차 파악이 되지 않은 상태"라고 지적했습니다. 당연히 육상과 연안과의 관계도 제대로 규명된 적이 없다는 뜻입니다.
<b>- 바다는 모두 희석시킬 수 있을까?</b>
우리는 그동안 바다가 각종 오염 물질이 유입되더라도 모두 희석시켜 줄 것이라고 믿어왔습니다. 특히 제주는 흐름이 빨라, 휠씬 더 쉽게 희석될 것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이에대해 전문가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만큼, 바다가 쉽게 희석시켜 주지 못한다고 지적합니다. 국립수산과학원 박성은 박사가 지난 1년간 연안에 부표를 띄워 이동 상태를 분석해 봤더니, 연안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시뮬레이션 결과 역시 마찬가지 였습니다. 육상에서 오염 물질이 유입됐을 경우를 가정해 제주지역 3곳을 시뮬레이션 해본 결과, 밀물과 썰물에 따라 오염물질이 연안을 떠나지 못하고 체류하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국립수산과학원 박성은 박사는 "지하수를 포함해 육상에서 지속적으로 오염물질이 유입되면 당연히 연안 생태가 파괴될 수 밖에 없다"며 "바다가 모든 것을 희석시켜 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주 위험한 착각"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대한 대표적인 예가 있습니다. 제주지역 육상 양식장 상당수에서 양식장에서 사용되는 바닷물을 끌어오는 취수관을 먼 바다로 이동시키고 있습니다. 기존 100미터 가량 됐던 취수관을, 3, 400미터까지 먼 바다로 연장시키는 것입니다.
취수관 증설 공사에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지만 이 공사를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연안 오염이 갈수록 가속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연안 환경 보호를 위해선 그동안 고려하지 않았던 연안 체류시간까지 생각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b>- "육상 오염 총량 관리 시급"</b>
제주 연안의 해조류 숲은 사실상 소멸 단계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마을 어장 어디를 가도, 바다가 예전과 다르다는 얘기를 쉽게 들을 수 있습니다. 제주지역 연안 해조류 생산량(톳, 천초 기준)은 지난 1995년 1만891톤에서 2020년 15톤으로 800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습니다.
강정찬 제주대학교 기초과학연구소 연구원은 "제주 본섬 주변과 가까울 수록 해조류 숲의 상태가 나쁘다"며 "이건 기후변화로 해석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또 "본섬 주변에 해조류 숲이 건강하게 유지할 수 없는 물질들이 계속 유입되고 있다는 합리적인 의심을 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결국, 육상과 바다를 함께 관리해야 한다는 뜻이지만, 관련된 정책으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주의 육상과 바다는 사실상 하나로 연결돼 있기 때문입니다. 제주에서는 그 개념을 새롭게 정립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입니다.
전문가들은 육상 오염을 관리하는 것이 지하수의 수질을 지키는 것이고, 함께 연안까지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이영돈 제주대학교 해양과학연구소장은 "육상의 청정은 연안의 청정과 바로 직결된다"며 "연안이 수용할 수 있는 임계점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동은 (
[email protected])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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