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jibs

남방큰돌고래를 '法人'으로...왜?

기사입력
2022-02-01 오후 11:27
최종수정
2022-02-02 오전 00:34
조회수
122
  • 폰트 확대
  • 폰트 축소
  • 기사 내용 프린트
  • 기사 공유하기
남방큰돌고래 유영, 폐사한 남방큰돌고래, 구강암 걸린 남방큰돌고래 (제공:핫핑크돌핀스)
<b>남방큰돌고래 '생태법인' 추진</b>

제주 바다에만 서식하는 해양포유류가 있습니다.

바로 남방큰돌고래입니다.

제주 바다에서 무리 지어 나타나는 돌고래가 남방큰돌고래라는 종입니다.

이 남방큰돌고래에게 사람처럼 법적인 지위를 부여하자는 움직임이 시작됐습니다.

해양환경단체인 핫핑크돌핀스가 제주 남방큰돌고래에게 이른바 '생태법인' 자격을 부여하자는 입법 운동에 나섰습니다.

생태법인(Eco legal person0은 생태 가치가 중요한 대상에 법적 권리를 부여하는 것으로 기업이나 재단에 법인 지위를 부여하는 것처럼 동식물이나 자연 환경에도 법인 지위를 부여하는 제도입니다.

지난 2017년 뉴질랜드 의회가 원주민 마우리족의 삶의 터전인 환가누이강 보호를 위해 법인 지위를 부여하는 법률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남방큰돌고래에게 생태법인 자격을 부여하는 입법 논의가 국회에서 진행될 예정입니다.

<b>개체 수 줄어드는 남방큰돌고래</b>

남방큰돌고래에게 사람 같은 법적 지위를 주려고 하는 건, 현재 법으론 더 이상 남방큰돌고래를 지켜낼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제주 연안에 현재 남아 있는 남방큰돌고래는 고작 120여마리.

갈수록 개체수가 줄고 있습니다.

그래서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멸종위기 해양생물로 지정해 보호하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남방큰돌고래 서식 환경은 점점 악화되고 있습니다.

남방큰돌고래를 위협하는 요인은 한둘이 아닙니다.

<b>해양쓰레기로 인한 위협</b>

우선 해양쓰레기로 인한 서식지 오염이 심각합니다.

폐어구나 해양 쓰레기에 지느러미나 꼬리가 잘려 고통스럽게 죽어간 남방큰돌고래가 적지 않습니다.

최근엔 구강암에 걸린 남방큰돌고래까지 여러 마리 발견됐습니다.

<b>관광선 무리한 운항 늘어</b>

남방큰돌고래를 보기 위해 쉴 새 없이 오가는 관광선도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남방큰돌고래가 거의 매일 나타나는 서귀포시 대정읍 일대엔 하루 20여차례 관광선이 운항중입니다.

코로나 19 이후 남방큰돌고래를 보려는 관광객들이 몰리면서, 1년 전보다 관광선 숫자가 3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관광객들을 태운 관광선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계속 남방큰돌고래를 쫓아다니는 상황입니다.

이때문에 남방큰돌고래가 유영을 거칠게 하는 이상 행동을 보이고 먹이 활동에도 지장을 받고 있습니다.

해양수산부가 지난 2017년부터 고래 보호를 위해 돌고래 무리 50미터 이내 접근을 금지시켰지만, 단순한 지침이다 보니 이 규정을 위반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b>서식지와 겹쳐 들어서는 '해상풍력발전단지'</b>

최근 남방큰돌고래를 가장 위협하는 건 제주 연안 곳곳에 들어서고 있는 해상 풍력발전기입니다.

그것도 남방큰돌고래 서식지와 겹치는 곳에 대부분 들어서고 있습니다.

돌고래는 음파로 서로 의사소통을 하고 지형을 파악하는데, 해상풍력발전단지 공사 소음과 공사 선박 운항 때문에 이 모든 게 불가능해지게 됩니다.

제주시 한경면 해안에 조성 중인 탐라해상풍력발전 단지엔 이미 10기의 풍력 발전기가 가동중입니다.

1킬로미터 가량 떨어진 지역에 9기가 추가로 건설될 예정입니다.

공사가 끝나면 한경면 신창과 두모, 금등, 판포 일대 해안가에 풍력발전기가 늘어서게 되고, 사실상 제주 서부 해상이 해상 풍력발전기 소음구역이 되는 셈입니다.

무엇보다 탐라해상풍력발전단지는 남방큰돌고래들이 가장 많이 발견되는 대정읍 일대에서 직선거리로 불과 10km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돌고래 이동 통로가 완전히 끊기고, 풍력발전기를 피해 이동하느라 서식 환경이 악화될 우려가 큽니다.

그런데도 사업자측에선 생태계 교란을 일으킬 정도는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게다가 조만간 한림해상풍력단지가 착공하고, 지난해 말 제주시 구좌읍 한동평대 해상풍력 단지 사업 환경영향평가 동의안이 제주도의회를 통과하면서 제주 동부 해역의 남방큰돌고래 서식 환경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됩니다.

이렇게 사람애 의한 위협으로 부터 남방큰돌고래를 보호하기 위해, 사람과 같은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생태법인 입법이 추진되고 있는 겁니다.

오는 9일 국회에서 제주지역 국회의원과 생태 전문가들이 참석해 국내 최초 남방큰돌고래 생태법인화 논의를 할 예정입니다.

남방큰돌고래는 제주 해역에서 최상위 포식자이지만, 그물에 혼획돼 죽고, 낚시줄과 폐어구에 희생돼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최상위 포식자가 없어진 바다는 먹이사슬이 뒤틀리고, 결국 바다 생태계가 파괴되면서 파장은 그 원인을 제공한 사람들에게 돌아오게 될 것입니다.

남방큰돌고래가 사람과 같은 법적 지위를 보장받고, 든든한 법 테두리 안에서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될지 주목됩니다.

JIBS 제주방송 강석창([email protected]) 기자
  • 0

  • 0

댓글 (0)
댓글 서비스는 로그인 이후 사용가능합니다.
  • 0 / 300

  • 취소 댓글등록
    • 최신순
    • 공감순

    댓글이 없습니다.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신고팝업 닫기

    신고사유

    • 취소

    행사/축제

    이벤트 페이지 이동

    서울특별시

    날씨
    2021.01.11 (월) -14.5
    • 날씨 -16
    • 날씨 -16
    • 날씨 -16
    • 날씨 -16

    언론사 바로가기

    언론사별 인기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