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단체가 의뢰하는
타당성 조사의 실태를 짚어보는
심층보도, 오늘도 이어갑니다.
전북 14개 시군에선 매년
수십 건의 타당성 조사가 발주됩니다.
하지만 이를 맡은 업체 상당수는
전문성이 부족한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학술연구용역업'은
별도 허가 없이 등록이 가능해,
최근 5년 동안 전북에서만
500곳 넘게 늘었습니다.
최유선 기자입니다.
1993년에 문을 연 전주 농수산물 도매시장.
전주시는 낡을대로 낡은 이 건물을
이 자리에 다시 지을지,
아니면 다른 곳으로 옮길 건지
따져보기 위해 지난해 타당성 조사 용역을
발주했습니다.
41개 업체가 견적을 냈지만
이 용역을 맡은 곳은 황당하게도
의료기기 판매업체였습니다.
전주에 있다는 사무실을 찾아가 봤습니다.
[인근 사무실 관계자(음성 변조) :
(여기 사무실엔 아무도 없는 거예요?)
사무실만 내놓고 저렇게... 한 사무실에 60개나 있네 회사가.]
본사는 서울에 있지만
전주시가 발주한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전주에는 사실상 이름 뿐인 사무실을
둔걸로 추정됩니다.
[CG]취재진은 누가 연구진으로 참여했는지,
조사는 어떻게 이뤄진 것인지 물었지만
업체 대표는 연구 용역 사업을 접었다며
답변을 거부했습니다.//
하지만 전주시는 이 업체가 조달청에
학술연구 용역업체로 등록돼 있어
문제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전주시 관계자(음성 변조) :
저희 나라장터에 학술연구 용역으로도
등록이 되어 있기도 하고... 사업자 등록증에도 등록이 되어 있어요.]
[트랜스]
전주시뿐만이 아닙니다.
인쇄업체가
'섬 관광 활성화' 조사를 맡는가 하면,
소프트웨어 개발업체가
'산악관광진흥지구 지정'
타당성 조사 용역을 수행하기도 했습니다.
전문 인력이 없다보니
프리랜서를 단기 고용해
용역보고서를 작성합니다.
[용역 수행한 인쇄업체 관계자(음성 변조):
사업의 목적에 따라서 다 들어갈 때, 인력 구성이 들어가거든요.]
문제는 조달청의 '학술연구용역업' 등록이
너무 쉽게 이뤄진다는데 있습니다.
사업자등록증에
'연구개발업'만 추가하면 되는데
전문 인력 고용 같은 등록 조건이
아예 없습니다.
[연구용역 전문업체 관계자(음성 변조) :
엉뚱한 업종을 하는 분들이 학술연구 용역을 자기들 업종으로 정해서 등록한 경우들이 있는데. 내부적으로 얘기를 해가지고 외주 주는 형태로.]
전문성이 있든 없든,
학술연구용역업체로 등록만 돼 있으면
누구든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다보니
일반 업체가 용역만 따내고
실제 조사는 다른데 맡겨
이익을 챙기는 구조가 자리잡은 겁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학술연구용역업체는
우후죽순 늘고 있습니다.
[CG]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확인해보니
전국의 학술연구용역 업체는
올해 8월 기준 3만 4천970곳,
5년 사이 70%나 늘었습니다.
전북의 증가율은 더 높았는데,
613곳에서 1천167곳으로
무려 두 배 가까이 급증했습니다.//
마치 대단한 전문성을 가진 것처럼
그럴듯한 이름으로 포장되는
타당성 용역 보고서.
자치단체는 이런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답변만 반복하며,
부실한 보고서가 양산되는 현실을
방관하고 있습니다.
JTV NEWS 최유선입니다.
최유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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