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소멸의 그림자가
해가 갈수록 짙어지고 있습니다.
인구 감소에 따른 소멸 위기는
주로 군 지역 문제로 치부됐지만
이제는 전북의 대표 중소 도시들까지
삶의 시간표를 바꾸고 있습니다.
저녁 7시만 넘어도
불이 꺼진다는 정읍 시내와
해보다 막차가 먼저 끊긴다는 남원시.
도시의 '생활 기능'이
서서히 꺼져가고 있는 현장을
JTV 기동 취재, 최강 2팀의
최유선, 강훈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강훈 기자]
정읍에서 가장 유동인구가 많다는
정읍역 앞 상점가.
버스 터미널까지 끼고 있어
목좋은 상권으로 꼽히는 곳입니다.
저녁 7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지만
벌써 저녁 장사를 접고
문을 걸어 잠근 식당들이 많습니다.
3년 전부터 팥죽집을
운영하고 있는 신형헌 씨.
인수 당시에는 저녁 8시 30분까지
문을 열었지만 점점 앞당겨져
최근에는 6시 30분에
문을 닫는 일이 잦습니다.
[신형헌/식당 주인 :
유동 인구가 없다 보니까 아무래도 여기가 많이 죽었죠. 아무래도 시내권에 인구가
많이 줄었다 보니까 좀 그런 영향도
있는 것 같아요. ]
이 식당도 영업 시간을 줄이면서
종업원을 쓰지 않고 있습니다.
[식당 주인 :
코로나 오고 나서 오면서부터 (종업원을)
안 썼죠. 그래도 하나씩 데리고 있었는데
저녁에도. 점심 장사도 옛날보다 비교하면 반으로 줄었죠]
사람도, 차량도 줄면서
도심 주유소도 일찌감치 문을 닫았습니다.
[강훈 기자:
정읍의 번화가인 수성동입니다. 밤 9시가 넘어가자, 골목의 대부분 인적은 끊겼습니다. 노래방이나 주점 같은 곳 정도가 불이 켜져 있고 대부분 식당이나 상가는 문을 닫았습니다.]
[김승영/정읍 택시기사:
한 10시 넘어오면 사람 자체가 움직임이 없어요. 지금 이 시간에도 사람의 움직임이 없잖아요. 그만큼 경기가 좀 안 좋다는 거죠.]
정읍시청, 법원 같은 관공서를 비롯해
상가가 밀집해 있는 수성동의 인구는
1만 6천여 명.
10년 전과 비교하면 12% 감소했습니다.
나이별로 보면 더 큰 변화가 있습니다.
[CG] 10년 전과 비교해
10대는 47%나 급감했고,
주요 경제 활동 인구인 2030과 4050은
각각 27%, 4%씩 줄었습니다.
반면 60대 이상은 55%가 증가해,
인구 감소와 고령화의 그늘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습니다.//
[최유선 기자]
정읍시 수성동과 인구 규모가 비슷한
남원의 가장 큰 번화가, 도통동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습니다.
9시가 조금 넘은 시각,
길을 따라 늘어선 상점들은
일찌감치 문을 닫았습니다.
문을 연 맥줏집도
주인 혼자 가게를 지키고 있습니다.
[이재금/남원시 도통동 :
유동인구도 적고, 그런 거를 일단 아무래도 체감하고 있어요. 소비가 좀 줄어들지 않았나...]
[트랜스]남원시 도통동의 인구는
10년 전과 비교해 10대와 20, 30대는
각각 36%, 20% 줄어든 반면,
60대 이상은 66%나 증가했습니다.
인구가 감소하자 버스회사들은
버스 운행 시간과 횟수를 줄였습니다.
밤 8시가 조금 지났지만
버스 정류장은 막차를 타기 위한
학생들로 붐빕니다.
[한채령/남원시 신정동 :
버스도 잘 안 지나다니고
그런 점에서는 좀 불편한 것 같아요.
(2분 후에 타는 버스가 마지막이에요?) 네.]
면 지역으로 가는 버스는
해가 지기도 전에 막차가 떠납니다.
[박지우.공도운/중학생 :
(집으로 가는) 마지막 버스는 6시 50분이에요. (늦으면) 엄마 차를 타거나 아니면 택시를 타거나.]
[트랜스]
10년 전 남원지역 시내버스의
운행 종료 시간은 9시 45분이었지만
지금은 40분 앞당겨진 9시 5분.
운행 횟수도 445회에서
264회로 40%나 줄었습니다.
[최유선 기자 :
광한루 인근의 버스 정류장입니다.
이곳 정류장은 오후 8시 13분에
마지막 버스가 떠나는데요.
전기 공급도 오후 9시부터 중단됩니다.]
남원의 대표 관광지 광한루 주변도
밤에는 깊은 정적만이 감돕니다.
[고세은/광주광역시 :
낮에는 그래도 사람들 많고 북적거렸는데
밤이 되니까 확실히 조용한 주택가라고 해야 되나, 그런 느낌처럼.]
젊은이들은 이 적막한 도시에서
더이상 자신의 미래를 꿈꾸지 않습니다.
[박지우.공도운/중학생 :
서울은 새벽 1시만 해도 시끌벅적하잖아요. 근데 남원은 뭐라 해야 되지? 저는 이제 애들이랑 그렇게 노는 걸 좋아해가지고.]
지역 소멸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쉽게 끊어낼 수 없는 이유입니다.
인구 감소는 단순한 통계를 넘어
시민들의 삶까지 바꿔놓고 있습니다.
JTV NEWS 기동취재 최강 2팀입니다.
강훈 기자
[email protected] (JTV 전주방송)최유선 기자
[email protected](JTV전주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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