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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영 '비동의 임신' 고백 파장…생식세포 사용, 윤리·법제 사각지대 도마 위

기사입력
2025-07-12 오전 08:02
최종수정
2025-07-12 오전 08:02
조회수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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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시영 씨가 이혼한 전 남편의 동의 없이 냉동 배아를 이식해 임신한 사실을 공개하면서 생명윤리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습니다.

이시영 씨는 지난 8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법적 관계가 정리돼 갈 즈음 배아 냉동 보관 만료 시기가 공교롭게도 다가왔다”며 “상대방은 동의하지 않았지만, 제가 내린 결정에 대한 무게는 온전히 안고 가려고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전 남편과 협의 없이 체외수정된 배아를 자의적으로 이식했다는 사실을 직접 밝힌 것입니다.

이 같은 고백은 단순한 비혼 출산이나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넘어, 배우자의 동의 없는 생식세포 활용이라는 새로운 쟁점을 사회에 던졌습니다.

전문가들은 ‘동의 없는 정자 사용’이라는 문제가 ‘동의 없는 난자 사용’으로도 연결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생식세포의 무분별한 활용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현행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배아를 생성할 때는 정자와 난자 제공자, 즉 시술 대상자 및 배우자의 서면 동의가 필요하지만, 냉동배아를 이식하는 단계에서는 별도의 동의 절차가 명시돼 있지 않은 상태입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배아 생성 시에는 양측 동의를 받지만, 이후 이식 과정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규정은 없다”며 “현행 제도는 법적 회색지대에 놓여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 산부인과 전문의도 “혼인관계 지속 여부나 상대방 동의 여부를 의료기관이 확인할 법적 의무가 없기 때문에, 환자가 협조하지 않는 경우 현실적으로 강제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이시영 씨 사례가 알려지면서 난임 시술을 준비 중이거나 진행 중인 사람들 사이에서도 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생명에 관한 문제이기에 법적인 장치가 촘촘할 줄 알았는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아 충격”이라는 글이 올라왔으며, 또 다른 이용자는 “만약 이혼한 남편이 내 동의 없이 나의 냉동배아를 다른 여성에게 이식해 아이를 낳았다면 극도의 분노를 느꼈을 것”이라고 토로했습니다.

한편, 해외에서는 정자 기증과 관련된 관리 부실 사례가 이미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영국 는 최근, 네덜란드 남성 니코 카위트 씨가 정자를 기증해 생물학적 자녀가 30명 이상인 사례를 보도했습니다.

네덜란드는 단일 기증자를 통해 태어날 수 있는 자녀 수를 25명으로 제한하고 있으나, 이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호주 ABC방송도 지난해, 정자 기증으로 태어난 여성 캐서린 도슨 씨의 사례를 소개하며 그녀에게 형제·자매가 최대 700명에 달할 수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는 1970~80년대 정자 기증 시 10호주달러를 지급하던 제도를 악용해, 일부 남성들이 여러 이름을 사용해 반복 기증한 데 따른 결과입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정자 기증자로는 텔레그램 창업자인 파벨 두로프 CEO와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CEO도 포함돼 있습니다.

두로프는 세계 12개국에서 정자 기증자로 활동하며 100명이 넘는 자녀를 둔 것으로 알려졌고, 머스크 역시 “지능이 높은 사람이 많아야 서양 문명이 유지된다”며 정자 기증을 독려하고 있습니다.

그는 최근 한 여성 인플루언서를 통해 13번째 자녀를 낳았으며, 한국의 저출산 문제를 자주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이와 같은 현실은 지난해 개봉한 영화 에도 반영됐습니다.

해당 영화는 의대생이 교수의 강요로 500차례 이상 정자를 기증하면서 벌어지는 대혼란을 그렸습니다.

코미디 형식이지만 ‘묻지마 정자기증’이 초래할 법적·윤리적 위험성을 날카롭게 풍자했습니다.

이처럼 무분별한 생식세포 활용은 친권·양육권, 가족 범위, 우생학 논란, 사기, 생명 경시 등 복잡한 문제를 동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는 정자 기증 횟수에 대한 명확한 제한이 없는 상태입니다.

현재 생명윤리법상 타인의 불임치료를 위한 난자 채취는 평생 3회로 제한돼 있지만, 정자 채취는 제한이 없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이 지난해 12월 대표발의한 생명윤리법 개정안에도 정자 관련 조항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해당 법안은 병원이 조직·세포·혈액 등을 활용할 때 피채취자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나, 생식세포 사용의 절차적 통제까지는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보조생식술이 급증하는 가운데, 제도적 공백은 더욱 부각되고 있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22년 한 해 동안 국내 난임 시술 건수는 총 20만7건으로, 2019년 대비 약 37% 증가했습니다.

초고령·초저출산 사회로 진입한 한국에서 비혼 출산과 보조생식술은 더 이상 예외가 아닌 현실이 된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이제라도 관련 법제도를 정비하고, 국민을 위한 정확한 정보 제공과 공공기관의 투명한 관리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합니다.

엄경천 가족법 전문 변호사는 “배아 생성에 동의한 사람은 언제든지 그 동의를 철회할 권리가 있으며, 이를 의료기관에 분명히 전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시영 씨 사례가 체외수정과 관련된 사회적 관행을 다시 정립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박남철 한국공공정자은행연구원 이사장은 “세계는 이미 변화하고 있는데, 한국은 저출산 위기 속에서도 보조생식술에 대한 배타적 시선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며 “이제는 국가가 직접 정자은행을 운영하고 생식세포를 투명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대한산부인과학회는 윤리지침을 통해 “정자 공여 시술은 원칙적으로 부부 또는 사실혼 관계에 있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다”고 권고하고 있지만, 비혼 여성을 위한 보조생식술은 사실상 제도권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실정입니다.

전문가들은 생식세포 활용과 출산 결정권 사이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입법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이제 더 이상 늦어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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