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점식 "이재명 탈옥법 오명 싫다면 재의요구권 행사" 압박
대법원 "재판 기간 증가 우려", 민주당 곽상언 의원 반대표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직후 이재명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 이른바 거부권 행사를 요구했습니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이날 브리핑에서 "법안이 정부로 이송되면 대통령은 15일 이내에 재의요구권을 행사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며 "'이재명 탈옥법'이라는 오명을 받기 싫다면 재의요구권을 행사하라"고 말했습니다.
정 원내대표는 이어 "법안에는 법원이 공소 기각 판결의 요건을 완화할 수 있는 조항이 있다"며 "누가 봐도 재판 중지 상태에 있는 이 대통령을 위한 맞춤형 입법"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악법 철폐를 위해 헌법 심판 청구 등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강구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최은석 원내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민주당이 끝내 국민 여론을 저버리고 소수 강성 지지층의 손을 들어줬다"며 "오늘부로 힘없고 '빽'없는 선량한 국민들은 국가가 마지막으로 제공하던 법률적 안전장치를 잃었다"고 비판했습니다.
최 원내수석대변인은 "견제받지 않는 수사권은 반드시 폭주한다. 경찰 권력의 비대화는 괜찮다는 것이냐"며 "검찰이라는 조직에 대한 비판과 보완수사권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공소취소를 '공소 기각'이라는 이름으로 갈아 끼운 꼼수로 얼룩진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밀어붙인 민주당은 그 모든 결과를 온전히 책임져야 한다"며 "오늘 이후 피해자들의 절규와 끝내 진실에 닿지 못한 이들의 곡소리가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5선의 나경원 의원은 이날 필리버스터 발언에서 공소기각 판결 사유 추가와 관련해, 사법부가 실체적 판단을 내려 공소를 기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사법부가 행정부의 업무에 개입하는 권력분립 위반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나 의원은 또 피해자가 법원에서 공소 기각 판단을 받을 경우 재판청구권과 권리 구제 기회가 완전히 박탈된다고 밝혔습니다.
무소속 한동훈 의원은 브리핑에서 "민주당이 오늘을 기점으로 무너지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며 정성호 법무부 장관을 향해 "아직 늦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직을 걸고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강하게 말하라"고 촉구했습니다.
한 의원은 그러면서 "공소 기각 규정은 극단적이고 몰염치한 '이해충돌'"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구자현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직후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구 대행은 이날 오후 6시 퇴근길에 대검찰청에서 "형소법 개정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방금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11월 15일 취임한 지 258일 만입니다.
구 대행은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검찰 구성원 모두의 성찰이 필요하다"면서도 "다만 그런 이유로 제도 개편이 이뤄지더라도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고 피해자를 비롯한 사건 관계인을 보호하는 검찰 제도의 본질이 훼손돼선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동안 국민의 권리를 보장하고 범죄로부터 사회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개편의 방향성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왔다"며 "이번 형소법 개정안이 검사가 수사기록에만 의존해 기소 여부를 결정할 수밖에 없고, 피해자 보호에 충실하기 어려우며,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비효율적인 구조를 갖고 있다는 우려도 지속해 제기해왔다"고 설명했습니다.
구 대행은 "이런 부분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채 개정안이 그대로 통과됐고, 이에 안타깝고 막막한 심정을 감추기 어렵다"며 "개정안이 정부로 이송되더라도 제도의 공백은 없을지, 국민을 보호하는 데 부족함은 없을지 한 번 더 살펴봐 주시기를 간곡하게 부탁드린다"고 당부했습니다.
아울러 "법조계를 비롯한 각계 전문가들과 국민들께서 걱정하시는 부분이 여전히 남겨진 상태에서 형소법이 이처럼 개정되는 것에 대해 저 또한 책임을 통감한다"며 "앞으로는 모든 국민이 법 앞에서 공정하게 보호받을 수 있는 방향으로 우리 형사사법제도가 발전해 나가길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취임 후 검찰 개혁 국면에서 대외 메시지를 거의 내지 않고 절제된 이른바 '로키 행보'를 보이던 구 대행은, 검찰을 겨냥한 국회 국정조사가 시작된 뒤 대장동 사건 수사 검사가 극단적 시도를 하자 "참담한 마음"이라며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그는 당시 퇴근길 약식문답에서 "사건 관계인들의 일방적이고 단편적인 주장으로 적법절차에 따른 법원의 판단이 공격받고, 해당 사건의 수사와 공소 유지를 담당한 일선 검사나 수사관들이 증인으로 소환됐다"며 "어떤 국정조사도 재판에 영향을 주려고 한다는 평가를 받아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구 대행은 개정안 상정을 앞둔 지난 29일에도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등 형사소송법 개정 논의의 내용과 그 방향성에 대해 검찰총장 직무대행으로서 무거운 마음"이라는 입장문을 냈습니다.
그는 입장문에서 "최근 다수의 사안에서 확인되는 바와 같이 1차 수사기관의 수사 내용에 대한 검사의 실효적인 점검·보완·시정 기능이 사라진다면 진실은 은폐되고 대한민국의 형사사법 체계는 무너질 것"이라며 "그로 인한 피해는 누구보다 국가의 보호를 필요로 하는 국민들께서 부담하시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이후에도 보완수사권을 비롯해 검찰이 요구했던 조항들이 반영되지 않은 채 개정안이 통과되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구 대행의 사표가 수리되면 검찰총장 직무는 당분간 박규형 대검 기획조정부장이 맡아 이른바 '대행의 대행' 체제로 운영될 예정입니다.
정부는 동요하는 조직 내부 분위기를 추스르고 형소법 개정의 후속 작업을 마무리하기 위해 조만간 구 대행의 후임을 임명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구 대행이 사의를 표명하자 국민의힘 박충권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거대 여당의 입법 독주와 수장들의 책임 회피 속에 국민의 법적 안전망이 완전히 무너져 내리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박 수석대변인은 "법무부 장관 사의에 이어 검찰총장 직무대행까지 '도미노 사퇴'는 예견된 수순이었다"며 "명분은 '형사사법체계의 붕괴에 대한 책임'이라지만 정작 국민을 보호해야 할 마지막 순간에 자리를 던져버린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수사공백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라며 "사법 참사를 만든 민주당도, 자리를 던지고 떠난 수장들도 모두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대법원도 이번 개정으로 재판 기간이 늘어날 수 있다며 구속기간 조정 등 제도 개선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31일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실에 이런 내용이 담긴 형사소송법 개정 관련 의견서를 제출했습니다.
법원행정처는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법정에서의 증거조사와 재판 심리가 한층 충실해질 경우 심리 기간이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현행 구속기간 제도로는 충실한 심리와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을 조화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며 "구속기간의 합리적 조정이나 조건부 구속·석방제도 도입 등 인신구속 제도 개선도 함께 입법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현행법상 1심과 2심의 구속기간은 최장 6개월로 제한돼 있어, 재판이 길어질 경우에 대비해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법원행정처는 "법원은 어떠한 제도 아래에서도 법정에 제출된 증거를 바탕으로 공정하고 충실하게 심리한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며 "피고인의 절차적 권리를 보장하고,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데도 소홀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여당 내부에서도 이탈표가 나왔습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인 더불어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이날 표결에서 반대표를 던졌습니다.
개정안은 재석 의원 178명 가운데 찬성 175명으로 통과됐습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표결에 불참한 가운데 곽 의원과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 2명만 반대표를 행사했고, 민주당 이소영 의원은 기권했습니다.
곽 의원은 본회의 직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곧 다가올 국민의 고통이 눈에 보이고, 국민의 눈물이 귀에 들리는데 다른 선택을 할 수 없었다"며 당론 법안임에도 반대표를 던진 이유를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지난 24일 보완수사권을 포함해 검사의 직접 수사를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형소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추인한 바 있습니다.
곽 의원과 이소영 의원은 앞서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 등에 대해서는 보완수사권을 일부 남겨두는 형소법 개정안을 홍기원 의원과 공동 발의하기도 했습니다.
곽 의원은 지난 23일 홍 의원과 함께한 토론회에서도 검찰 수사권 전면 폐지로 방침을 세운 한병도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를 향해 "노무현 대통령을 말했지만, 제도를 만드는 일은 개인적 원한을 푸는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개정안 통과와 관련해 "처음 가는 길에서 선의나 기대와는 달리 부작용이 나온다면 신속히 보완, 수정하는 데도 주저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습니다.
정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제 검사는 수사할 수 없다. 근본적인 변화가 시작된다"고 적었습니다.
정 장관은 "개혁의 성패는 기존 질서를 바꾸는 것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삶을 얼마나 더 풍요롭고 윤택하게 만드는가에 달려 있다"며 "하늘같이 높은 이상, 태산 같은 명분, 거창한 구호는 모두 부차적일 뿐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 그리고 민생에 실질적 도움이 되느냐다"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상과 명분만 앞세우고 성과가 없는 개혁은 백성과 시민, 국민으로부터 외면받게 된다는 사실은 동서고금의 역사가 증명한다"면서 "새로운 형사사법제도가 성공적인 개혁으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법무부도 노력하고 점검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정 장관은 앞서 청와대 참모 등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에게 사퇴 의지를 밝혀왔지만, 이 대통령의 만류로 실제 사표를 내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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