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PBR株 공개…중복상장 원칙 금지
코스닥 '프리미엄·스탠다드' 시장 분리 운영
불공정 거래 시 투자원금 몰수
왜 한국 증시는 제 값을 받지 못하는 걸까? 지난 수십년 간 반복돼온 의문입니다.
정부가 이번에 자본시장 구조 개편을 통해 해답을 찾겠다의 의지를 천명했습니다. 핵심 방향은 우선 저평가 기업을 공개하고, 모회사가 상장된 상태에서 자회사의 쪼개기 상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합니다. 또 코스닥 시장은 2개 리그로 나눠 판을 다시 짭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자본시장 안정과 정상화를 위한 간담회에서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자본시장 안정화와 체질 개선 방안을 내놓았습니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 투자자 입장에서는 무엇이 달라질까?
◆ 왜 저PBR 기업을 공개하나
시장에 맡겨두기엔 기업의 '저평가 방치' 관행이 너무 오래 이어졌다는 판단입니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 미만이면 기업의 시가총액이 청산가치에도 미달한다는 의미입니다. 한마디로 자산 대비 시장 평가가 과도하게 낮다는 신호입니다.
금융당국은 이렇게 PBR이 낮은 기업에 대해 네이밍 앤드 셰이밍(naming and shaming) 방식으로 명단을 반기마다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같은 업종 안에서 하위 20%에 두 번 연속 포함되면 거래소 홈페이지에 이름이 올라가고, 종목에는 '저PBR'이라는 태그가 붙습니다.
핵심은 시장 압박입니다. 자산 대비 주가가 낮은 상태를 방치해온 일부 기업의 관행을 깨겠다는 겁니다. 대주주 이익을 우선하면서 기업가치를 적극적으로 끌어올리지 않는 행태를 바꾸겠다는 의지로 읽힙니다.
다만 개선 의지가 확인되면 예외를 둡니다.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내놓으면 일정 기간 명단 공개와 태그 부착을 유예합니다. 단순 낙인이 아니라 실천을 유도하겠다는 계산입니다.
◆ 기업 가치 왜곡 문제도 손보나
장부와 현실 사이의 괴리를 줄이겠다는 접근입니다.
대표적으로 토지 자산이 거론됩니다. 실제 가치가 올랐는데도 회계상 원가 기준을 유지해 기업가치가 낮게 보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앞으로는 공시지가를 활용해 장부가와 시장가의 차이를 재무제표 주석에 드러내도록 할 계획입니다. 다른 자산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입니다.
이는 단순 회계 변경이 아니라 시장이 기업을 평가하는 기준 자체를 바꾸는 조치입니다.
◆ 쪼개기 상장은 어떻게 달라지나
'원칙 금지'로 방향이 바뀝니다.
모회사가 상장된 상태에서 자회사를 다시 상장하는 쪼개기 상장은 모회사 주가에 악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아 그동안 투자자들의 반발을 불러왔습니다. LG화학의 배터리 사업부를 분할해 LG에너지솔루션을 상장한 사례나 카카오가 카카오페이·카카오뱅크 등을 잇따라 상장한 사례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힙니다.
이제 기준이 명확해집니다. 분할 후 중복(쪼개기) 상장뿐 아니라 인수·신설 자회사까지 실질 지배력이 있으면 중복상장으로 판단합니다. 예외는 엄격하게 제한됩니다.
또 자회사 중복 상장 시 모회사 이사회에 주주 보호 책임을 명확히 부여하기로 했습니다. 단순히 형식적 절차를 넘어서 책임을 묻겠다는 취지입니다.
◆ 코스닥 시장은 왜 2개 리그로 나누나
기업의 수준 차이를 반영하겠다는 판단입니다.
코스닥은 앞으로 두 개 시장으로 나뉩니다. 일정 수준을 넘은 기업은 ‘프리미엄 시장’, 성장 단계 기업은 ‘스탠다드 시장’로 구분됩니다.
기업 성장 단계에 따라 상·하위 시장 간 이동도 가능합니다. 일종의 승강제입니다. 성과에 따라 시장이 바뀌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지속적인 관리 압박을 받게 됩니다.
프리미엄 시장을 중심으로 새로운 대표지수와 ETF도 만들어집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검증된 코스닥시장’에 접근하는 통로가 생기는 셈입니다.
금융당국은 프리미엄 시장 종목은 80~170개 수준으로 예상하지만 규정 개정 및 시장운영 상황에 따라서 조정이 가능하며 하반기 의견수렴을 거쳐 내년 초부터 가동할 방침입니다.
아울러 코스닥은 맞춤형 기술특례상장 제도를 확대해 기존 바이오·인공지능(AI)·우주·에너지에 더해 올해 첨단로봇·K 콘텐츠·사이버보안 등 6개 분야를 추가합니다.
◆ 불공정 거래는 얼마나 강하게 잡나
'이익 몰수' 범위가 크게 넓어집니다.
기존에는 시세 조종에만 적용되던 투자원금 몰수 규정을 미공개정보 이용, 사기적 부정 거래까지 확대합니다. 사실상 불공정 거래 전반에 대한 경제적 유인을 차단하겠다는 조치입니다.
불공정거래 대응을 위해 합동 대응 조직도 커지고, 통신 조회권과 인지수사권 등 조사 권한도 대폭 강화됩니다.
회계 부정에 대해서는 과징금 한도를 두 배로 늘리고, 장기 위반 시 과징금을 20~30% 가중 부과합니다. 회계 부정 책임자는 상장사 임원 취업이 제한됩니다. '원스트라이크 아웃' 원칙을 도입해 한 번 적발되면 시장에서 사실상 퇴출됩니다.
◆ 부실기업은 어떻게 정리되나
'상장 유지' 문턱이 더 높아집니다.
내년 6월까지 상장폐지 집중 관리 기간을 운영해 저성과 기업을 신속히 정리할 방침입니다.
동시에 인수합병(M&A)을 통한 구조조정도 활성화합니다. 거래 과정에서 이사회가 주주 충실 의무에 따라 매수가격의 적정성과 찬반 의견을 공개하도록 의무화해 일반주주도 판단할 수 있도록 합니다.
◆ 시장 불안 대응책은 충분한가
단기 안정 장치도 병행됩니다.
중동발 리스크로 변동성이 커진 상황을 고려해 금융당국은 이미 100조 원 규모의 시장 안정 프로그램을 가동 중입니다.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 추가 확대 방안도 준비해두고 있습니다.
이번 대책은 단순한 증시 부양책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저평가 구조, 지배구조 문제, 불공정 거래를 동시에 손본다는 점에서 시장의 체질 자체를 바꾸겠다는 의도가 더 강합니다.
관건은 실행입니다. 기업과 투자자 모두에게 영향을 주는 만큼, 제도 개선이 실제 시장 변화로 이어지느냐에 따라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여부가 갈릴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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