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간 책 한 권도 반품하지 않은 독립서점
"독자·서점·출판사가 함께 살아야 건강한 문화"
하루 평균 600명이 찾지만 책을 사는 사람은 15%도 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지난 6년 동안 판매되지 않은 책 한 권을 출판사로 돌려보내지 않았습니다.
대전 원도심, 성심당 인근에 자리한 독립서점 '다다르다'의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다 다르고, 서로에게 다다를 수 있어요."
이 문장을 슬로건으로 내건 다다르다는 책을 파는 데서 그치지 않고 독자와 서점, 책을 만든 사람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건강한 서점 문화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TJB NEWS가 김준태 다다르다 대표에게 AI 시대에 종이책을 읽는다는 것, 그리고 지역에서 독립서점을 지켜간다는 것의 의미를 들어봤습니다.
◇ "AI 시대에도 종이책은 죽지 않아요"
AI가 책과 논문을 순식간에 요약해 주면서 독서 문화가 더욱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하지만 김 대표는 인간만이 표현하고 느낄 수 있는 감정의 영역까지 AI가 완전히 대신하기는 어렵다고 말합니다.
"부정적인 감정을 포함해 인간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을 표현하는 일은 결국 인간만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AI가 여러 영역에 개입하더라도 인간이 만들어내는 문화의 역할이 크게 줄어들지는 않을 겁니다."
김 대표가 처음 서점 운영을 시작했던 15년 전에도 비슷한 전망이 나왔습니다. 당시 전자책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주변에서는 종이책 서점의 미래가 없다며 창업을 만류했습니다.
그러나 종이책은 여전히 독자 곁에 남아 있습니다.
"15년이 지났는데도 종이책은 죽지 않았다는 걸 확인하고 있어요. 많은 사람이 AI를 활용하겠지만, 인간이 해온 고유한 역할도 그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정보를 빠르게 얻는 것과 한 권의 책을 읽으며 감정을 경험하고 스스로 판단하는 것은 다른 일입니다. 다다르다는 그 느린 경험이 여전히 필요한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 6년간 책 한 권도 반품하지 않은 이유
독립서점의 특징은 서점지기의 취향이 담긴 큐레이션과 독자와의 대화, 그리고 대형서점과는 다른 책의 유통 방식에 있습니다.
다다르다는 온라인서점이나 대형서점에서 쉽게 만나기 어려운 독립출판물과 개성 있는 책을 직접 골라 소개합니다.
"온라인이나 대형서점에서 만나기 어려운 책들을 오프라인에서 직접 볼 수 있다는 것이 독립서점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독자가 책에 관해 궁금한 점을 묻거나 작가의 다른 작품과 후속작에 관한 이야기를 서점원과 나눌 수 있다는 것도 독립서점만의 특징입니다.
"온라인이나 대형서점에서는 서점원과 이야기할 기회가 거의 없잖아요. 이곳에서는 책에 관한 이야기나 작가의 작품에 대한 간단한 소감을 나누면서 상호작용이 만들어집니다."
다다르다는 지난 6년 동안 판매되지 않은 책을 출판사로 한 권도 반품하지 않았습니다.
팔리지 않거나 유통 과정에서 훼손된 책의 부담이 출판사로 돌아가는 기존 구조에 문제의식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서점 문화가 지속되기에는 지금의 산업 구조가 건강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책을 만든 사람과 책을 유통하는 서점, 책을 읽는 독자가 어떻게 함께 지속될 수 있을지를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 "서점은 곧 지역사회"
김 대표는 다다르다를 열기 전, 대전 원도심을 여행하는 콘셉트의 서점 '도시여행자'를 운영했습니다. 다다르다에서도 지역과 사람을 잇는 다양한 로컬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김 대표에게 서점은 책만 사고파는 상업 공간이 아닙니다.
"저는 서점 자체가 지역사회라고 생각해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지역과 사람을 연결하는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지치지 않고 서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다다르다는 독자에게 거창한 답을 제시하기보다 자신의 삶과 지역을 다시 바라볼 수 있는 작은 질문을 던지고자 합니다.
"청년들이 저희가 던지는 질문에 스스로 답해보고, 자신만의 구체적인 생활방식을 찾아가길 바라는 마음이에요. 무겁지 않은 작은 질문을 던지는 역할을 서점이 계속하고 싶습니다."
다다르다의 소소한 일상을 담은 '영수증 일기' 역시 독자와 관계를 맺으려는 시도 가운데 하나입니다.
책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좋은 안내자가 되고, 이미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새로운 책과 사람을 만나는 공간이 되는 것이 다다르다가 꿈꾸는 모습입니다.
◇ 하루 600명 찾아도 책 구매는 15% 미만
지역에서 독립서점을 운영하는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김 대표는 서점 운영 8년 차에 젠트리피케이션으로 기존 공간에서 퇴거해야 하는 위기를 겪었습니다. 독자들과 함께 건물을 매입해 서점을 지키려는 도전에도 나섰지만 끝내 성사되지는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많은 독자가 서점을 단순한 가게가 아닌 지역의 공공적 공간으로 바라보고 함께 지키려 했다는 사실은 큰 힘이 됐습니다.
현재 다다르다의 가장 큰 고민은 방문객 수가 책 구매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지금 다다르다에는 하루에 600명 정도가 찾아옵니다. 하지만 책을 사는 분은 15%가 되지 않아요. 나머지 분들은 휴대전화를 충전하거나 책을 읽고, 화장실을 이용하다 가시는데 서점은 그분들을 응대하는 데에도 상당한 에너지를 씁니다."
사람들이 서점을 찾아 공간을 경험하는 것은 반가운 일입니다. 그러나 책 구매가 이뤄지지 않으면 서점은 공간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김 대표는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는 독서 열풍이 지역 오프라인 서점의 구매와 지속적인 관계로는 충분히 이어지지 않고 있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독자와 서점 사이에 관계가 쌓이거나 그 이상의 무언가로 이어지고 있는지는 잘 느껴지지 않아요."
서점을 문화공간처럼 이용하면서도 그 공간을 지탱하는 책의 구매에는 참여하지 않는 현실. 다다르다가 말하는 '건강한 서점 문화'는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합니다.
◇ 책을 읽는 사람에서 만드는 사람까지
김 대표는 책을 쉽게 주문하고 반품할 수 있는 시대일수록 책 한 권이 독자에게 도착하기까지의 과정을 함께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서점 문화는 서점 운영자 한 사람만의 노력으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서점 문화는 모두가 함께 가꾸고 지켜야 하는 문화라고 생각해요. 어떻게 하면 이 문화를 더 많은 사람과 나눌 수 있을지를 계속 고민하고 있습니다."
책을 만든 작가와 출판사, 책을 소개하고 건네는 서점, 그리고 책을 읽고 구매하는 독자까지. 어느 한쪽의 희생에 기대지 않고 모두가 지속할 수 있어야 책의 문화도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다다르다가 지난 6년 동안 책을 반품하지 않은 것도, 책을 고르는 사람뿐 아니라 만드는 사람에게까지 손을 내밀기 위해서였습니다.
AI가 빠르게 책의 내용을 요약해 주는 시대에도 서점에서는 여전히 사람이 사람을 맞이하고, 서로 다른 취향과 감정이 오갑니다.
우리는 모두 다르지만 책을 사이에 두고 서로에게 다다를 수 있습니다.
다다르다가 만들고 싶은 건강한 서점 문화는 책을 읽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한 권의 책과 그 책을 만든 사람, 책을 건넬 공간까지 함께 지키는 데서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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