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CBS노컷뉴스가 연재한 「국회의원 주거 보고서」는 정치권에 불편한 숫자를 던졌다.
국회의원의 상당수는 지역구가 아닌 수도권에 집을 보유하며 생활 기반을 두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지역에서 당선된 국회의원이 실제로는 서울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을 데이터로 확인해 준 기획이었다.
지역 유권자라면 이미 체감하고 있던 현실이다.
이 보도를 부산·경남(PK)에 대입하면 상황은 더 선명해진다.
PK 국회의원 34명의 생활 기반을 전수 분석한 결과 절반이 넘는 19명이 수도권에 집이나 오피스텔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 14명은 아예 지역구에는 형식적으로 전세집만 얻은채 서울에만 집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에서 표를 얻지만 살기는 집값이 오를 가능성이 큰 서울에 하겠다는 구조다.
지역은 국회로 가기 위한 선거구일 뿐이고, 서울이 생활권인 정치가 일상화된 셈이다.
국회의사당이 서울에 있고, 당 지도부와 행정 그리고 주요 언론이 서울에 있다는 현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지역 민심이 분노하는 지점은 제도가 아니라 태도다.
선거철마다 내려와 시장을 돌고 경로당에 인사한 뒤 당선되면 다시 서울로 올라가는 정치.
평일에는 여의도, 주말에는 행사장. 그래서 지역에서는 이들을 ‘철새 강남 의원’이라고 부른다.
과연 주말마다 내려오기나 하는지조차 의문이라는 말도 나온다.
지역구민과 제대로 호흡하고 있는지 묻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하긴 공천만 되면 당선이니 지역 주민들이 무섭기나 하겠냐라는 자조섞인 말조차 나오기도 한다.
강남에 생활 기반을 둔 의원이 많다는 사실은 단순한 부동산 문제가 아니다.
어디서 잠을 자고, 어디서 밥을 먹고, 아이를 어느 학교에 보내며, 어느 병원을 이용하느냐가 정치인의 감각을 결정한다.
강남에 살면서 지방 소멸을 말하는 정치가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다.
통계로는 지역을 이해할 수 있어도 삶으로는 체감할 수 없다.
정당별 구조는 더 분명하다.
국민의힘 PK 의원 다수는 수도권에 집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의 전재수, 허성무, 김정호 의원은 지역에만 집이 있고 지역에서 가족과 함께 생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민의힘 깃발만 꽃으면 당선이라는 부산·경남에서 민주당 간판으로 당선된 데에는 이유가 있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들은 말 그대로 지역에서 살며 지역민과 일상을 함께하는 정치인들이다.
정치적 우열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 방식의 차이다.
지역에서 살 것인가, 서울에서 통근할 것인가의 선택이다.
국민의힘이라고 모두 ‘강남 의원’인 것은 아니다.
지금도 지역에 삶의 터전을 두고 정치하는 많은 의원들이 있다. 김미애, 이성권, 정성국 의원 등 10여명의 국민의힘 의원들은 집을 지역에만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집이 서울에 있다고 해서 무능하다고 단정할 수 없고, 지역에 있다고 해서 모두 훌륭하다고 말할 수도 없다.
그러나 지역구 의원이 지역에 삶의 기반을 두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요
상식중에 상식 아닌가? 자녀를 지역에서 키우고 부모를 지역에서 모시며 지역의 흥망성쇠를 함께 겪어야 인구 감소와 학교 통폐합을 통계가 아닌 현실로 받아들일 수 있다.
지금처럼 강남에 살면서 국회의원 활동할 것 같으면 모두 전국구 의원으로 뽑으면 되지 굳이 지역구 의원을 뽑을 필요가 뭐가 있을까?
국회의원에게 집의 위치는 재산의 문제가 아니라 정체성의 문제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서울에 가서 강남에 집을 마련하고 평생 서울에서 일한 사람이 갑자기 고향에 내려와 고향을 위해 일하겠다고 하는 것이 과연 진정성이 있는 것일까?
강남 아파트를 지키며 지역 발전을 말하는 정치와 지역 아파트에서 살며 지역 소멸을 막겠다고 뛰는 정치의 출발선은 다르다.
지역은 지금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 청년은 떠나고 상권은 무너지고 의료와 교육 인프라는 줄어들고 있다.
그런데 그 지역을 대표하는 정치인의 삶이 서울에 있다면 그 절박함을 얼마나 체감할 수 있겠는가.
선거 때만 내려오는 정치, 평일은 서울에서 보내는 정치, 주말 행사만 챙기는 정치. 이 구조가 계속되는 한 지역 균형 발전은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
조만간 지방선거가 치러진다. 부산과 경남의 시·도지사, 시장·군수·구청장들은 과연 우리 지역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인가?
직접 전수 조사를 하지 않아 단정할 수는 없지만 상당수가 서울 생활권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고등학교 졸업 뒤 평생 서울에서 산 사람이 과연 우리 지역의 대표가 되는 것이 맞는 일일까?
다음 선거의 기준은 복잡할 필요가 없다.
공약과 정당, 이념 이전에 우리 동네에서 살고 있는가, 우리와 함께 생활하고 있는가가 출발점이 돼야 한다.
가능하다면 지역구에 출마하는 정치인은 지역구에만 부동산을 보유하게 하는 법이라도 있으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결국 유권자의 몫이다.
강남에 사는 철새 정치인을 뽑을 것인가,우리 동네 의원을 뽑을 것인가.
강남 시장 강남군수를 뽑을 것인가,
우리 시장 우리 구청장을 뽑을 것인가.
지역 정치는 이 질문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반세기 이어진 ‘철새 정치’를 끝낼 사람은 정치인이 아니라 결국 지역 유권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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