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경북 포항에서 추락한 해군 초계기가 민가 피해를 막으려고 노력한 정황이 주민들의 목격담과 주변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통해 더욱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사고 과정을 목격한 복수의 주민들은 30일 "초계기가 사고 직전 논밭이 있는 곳으로 방향을 급하게 틀었다"고 증언했습니다.
추락 지점에서 300여m 떨어진 동해면 신정리에는 다세대 아파트 등이 있고, 직선거리로 2∼3㎞ 거리인 오천읍에도 민가 밀집 지역이 있습니다.
김미래(24)씨는 전날 오후 사고 지점과 직선거리로 1㎞가량 떨어진 동해면민복지회관에서 사전투표를 하고 나온 뒤 비행 중인 초계기를 발견하고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고 전했습니다.
김씨는 "초계기가 방향을 논밭과 산이 있는 곳으로 한차례 꺾어서 '원래 루트가 아니다'라고 생각하자마자 쾅 소리가 나고 불기둥이 치솟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주변에 함께 있던 사람들도 다들 놀라서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다"며 "사고 직전에는 일반적으로 비행기가 날아가는 모습과는 확실히 달랐다"고 재차 설명했습니다.
시장에 있다가 근처 텃밭으로 향하던 이모(50대)씨도 "상추 뜯으러 가는데 내 머리 위로 군용기 소리가 나더니 얼마 안 지나서 눈앞에서 큰불이 났다"며 "여기저기 전화하고 119에도 신고하느라 정신이 없었다"고 회상했습니다.
그러면서 "군인들이 피해를 줄이려고 민가가 많이 모여있는 방향이 아닌 논밭이 있는 곳으로 방향을 튼 것"이라고 안타까워했습니다.
이씨는 또 "군용기 소리가 평소처럼 크지 않았다"며 "수시로 비행기가 날아다니는 곳인데 평소에 듣고 지내는 큰 엔진 소리는 아니었다"고 말했습니다.
사고 지점과 불과 200여m 떨어진 승마장에서도 비슷한 광경이 목격됐습니다.
승마장 사장 박준영(44)씨는 "말 타러 왔던 회원이 사고를 목격했다"며 "초계기가 승마장 방향으로 낮게 날아오길래 부딪힐 수도 있겠다 생각한 순간 방향을 틀더니 야산에 떨어졌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또 "나는 폭발음이 크게 나길래 놀라서 밖으로 뛰어나오자마자 두 번째 폭발음이 들었다"며 "포병 출신이라 포사격 소리도 많이 들었지만, 비행기 폭발음은 차원이 달랐다. 지금도 심장이 두근거린다"고 말했습니다.
사고 지점 인근 상가 CCTV 영상도 주민들의 증언을 뒷받침했습니다.
기자가 확인한 해당 영상에는 초계기가 해당 상가 위를 지나 7∼8초간 날아갑니다 오른쪽으로 한차례 방향을 꺾은 뒤 능선을 따라 추락하는 장면이 담겼습니다.
해군에 따르면 전날 사고 당시 초계기는 포항기지에서 평소와 같은 비행경로로 이착륙훈련 중이었습니다.
전날 오후 1시 43분 이륙해 1차 훈련을 마치고 2차 훈련을 위해 오른쪽으로 선회하던 중인 오후 1시 49분 기지 인근 야산에 추락했습니다.
오후 1시 48분 관제탑과의 마지막 교신 내용에도 비상 상황에 관한 것은 없었습니다.
해군은 사고 현장 감식 등을 실시하는 등 정확
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TJB 대전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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