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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 보호아동 70% '마음의 병' 앓고 있다

기사입력
2021-01-26 오후 9:18
최종수정
2021-06-04 오전 10:45
조회수
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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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멘트 】
한달 전 한 고등학생이 스스로 세상을 등졌습니다.

이 학생은 아동양육기관에서 지냈고, 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었습니다.

취재팀은 이 사건을 쫓았고, 굉장히 많은 양육시설아동들이 마음의 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 수가 10명 중 7명에 이릅니다. 어른에게 버려지고, 학대받은 아이들, 이들에게 남겨진 상처는 깊고 컸습니다.

이 문제를 앞으로 3차례 걸쳐 연속 보도하겠습니다.

기동탐사부, 고우리 기자가 먼저 그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지은이(가명)는 2년 전부터 광주의 한 아동양육시설에서 살고 있습니다.

부모의 학대를 피하기 위해선인데, 아직도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보호기관은 돈이 없어 제때 치료에 나서지 못하고 있습니다.

▶ 싱크 : 임상심리상담사
- "그 순간, 성까지 붙여서 이름을 불렀을 때 예전으로 돌아가는 거죠. 아빠가 나를 이렇게 부를 때는 좋은 감정으로 부른 게 아니야. 항상 야단맞을 때."

진영이(가명)는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갑자기 친구들을 때리고 물건을 집어던지는 이상 행동을 보였습니다.

자신을 돌봐주던 시설 보호자와 헤어진 뒤 낯선 환경에 처하면서 폭력성이 드러난 것입니다.

서둘러 심리치료에 나섰지만 1년 만에 중단됐습니다.

▶ 싱크 : 아동양육시설 원장
- "그(치료가) 끊긴 이후에는 어떻게 지속해야 하는가. 이런 부분이 저희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이고요. 그렇다고 해서 치료를 못 받고 있는 아동들이 있는데 이 한 아동만 치료를 계속할 수는 없는 부분이 있고"

이들과 함께 지내는 보호 아동 50여 명 중 28명이 심리 치료가 필요하다고 시설 관계자는 말했습니다.

커 가면서 부모에게 학대를 받았거나 버려졌다는 걸 알게 돼 마음의 그늘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치료는 단 14명에 그치고 있습니다.

▶ 싱크 : 아동양육시설 관계자
- "심리치료하는데 평균적으로 한 30만 원 정도 들어가요. 1인에. 운영하는 데 있어 상당히 부담되는 돈이죠. 그래서 연계를 많이 하고 지원을 많이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는 거죠"

이처럼 마음이 아픈 양육시설 아동은 얼마나 될까요?

전국 아동양육시설에서 지내는 8천여 명을 대상으로 심리검사를 진행한 결과입니다.

5천6백여 명이 크고 작은 마음의 병을 앓고 있었습니다.

10명 중 7명에 이릅니다.

애착문제가 12%로 가장 많았고 섭식 장애, 말더듬 등 다양한 문제행동이 28.7%, 우울증도 5%가 넘었습니다.

현재 광주 9개 양육 시설 아동 4백 명 중 41%가 심리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전남에서는 600명에 달하는 아동이 심리치료가 필요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아예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거나 치료가 중단되면서 악화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필요한 만큼 치료비를 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 인터뷰 : 김요셉 / 광주아동복지협회장
- "여러 기관에서 도움은 주고 있지만 늘 현장에서는 부족한 것 같아요. 그래서 (기관별로) 후원금이라든지 이런 걸 조달해서 (심리치료를) 하기도 하고"

지난달 28일, 양육 시설에서 지내던 고등학교 2학년생이 스스로 세상을 등졌습니다.

평소 멋 내기를 좋아했던 이 학생은 지난해 8월과 10월 심한 우울증으로 두 차례 입원 치료를 받았습니다.

애써 숨기고 감추어 온 마음의 상처를 끝내 이기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 인터뷰 : 전민 / 광주광역시자살예방센터장
- "불안정한 정서적 상태가 잘 조절되지 않고 있다는 것은 확실한 사실이고요. 이러한 불안정인 정서 상태가 다른 것들로 드러나기보다는 자기 파괴적인 행동들(로 나타난 거죠)"

얼마나 많은 양육시설 아이들이 마음에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지 어른들은 가늠조차 못하고 있습니다.

kbc 기동탐사부 고우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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