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멘트 】
한국전쟁 당시
대전과 충남에서
벌어진 민간인 집단학살 사건
희생자 2명의 신원이 확인됐습니다.
74년 만에 아버지의 유해를 되찾게 된
아흔이 넘은 고령의 아들은
아버지를 고향 땅에 모실 수 있게 돼
수십년 묵은 한을 풀게 됐습니다.
조형준 기자입니다.
【 기자 】
한국전쟁 당시
인민군을 도왔다는 누명을 쓰고
지역 주민 수백명이
집단 살해 당한
아산시 성재산 방공호.
지난해 3월 진행된 유해 발굴을 통해
62구의 유해가 발견됐는데, 이 가운데
처음으로 희생자 신원이 확인됐습니다.
바로 '고 하수홍' 씨 입니다.
1931년생, 올해로 93살이 된 고령의 아들은
아버지가 경찰서로 붙잡혀가던
그 날을 생생히 기억합니다.
▶ 인터뷰 : 하상춘 / 아산 민간인 학살 피해 유족
- "동네 사람들 한 차 잡아서 실어가는데 아산에서 다 내려놓고 네 사람만 온양경찰서로 간거예요. 거기에 아버지가 낀 거죠."
유해발굴 이후 하 씨가 유전자 검사를
신청한 건 지난해 11월.
큰 기대를 걸지 않았지만,
부자 관계가 99.99% 일치하는 걸로
확인되면서 74년 만에 아버지 유해를
품에 안게 됐습니다.
▶ 인터뷰 : 하상춘 / 아산 민간인 학살 피해 유족
- "어떻게 이걸 믿나 그런 생각을 제일 먼저 했고 70년 만에 찾았다는 게. 조사 왔을 때 침, 타액만 묻혀 갔는데.."
대전 산내 골령골에서 발굴돼 신원이 확인된
또 다른 유해는 '고 길 모씨'로
74살이 된 아들의 품으로 돌아갔습니다.
희생자 중 2구에 대해서만 최초로 신원이
확인된 건 유해 보존 상태가 양호해 충분한
유전정보를 추출할 수 있었고, 유전 정보를
대조할 유가족이 생존해 있었기 때문입니다.
▶ 인터뷰(☎) : 임나혁 / 진실화해위원회 전문위원
- "바로 이렇게 신원 확인이 됐다는 것 자체는 굉장히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확보한 유해와
유가족의 유전정보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해
신원미확인 유해 3천5백여 구에 대한
신원 확인 사업을 이어갈 방침입니다.
TJB 조형준입니다.
(영상 취재: 김용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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