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P 감소하면 관절 파괴 가속…보충하자 연골 손상 억제
유전자 주사 한 번으로 효과 지속…근본 치료 가능성 주목
나이가 들수록 관절 통증은 일상으로 자리합니다. 무릎이 뻣뻣해지고 손가락이 제대로 펴지지 않는 변화가 노화 과정에서 흔히 나타나지만 이를 근본적으로 멈출 방법은 아직 없었습니다.
통증을 줄이는 치료에 머물던 퇴행성 관절염 연구에서 연골 손상 자체를 막을 수 있는 새로운 단서가 제시됐습니다.
국내 연구진이 퇴행성 관절염으로부터 연골을 지키는 핵심 단백질을 찾아냈습니다. 단순한 통증 완화를 넘어 질병의 진행 자체를 늦추는 길이 열릴 수 있다는 평가입니다.
◆ 연골 사라지는 병…근본 치료는 없었다
퇴행성 관절염은 관절 사이에서 완충 역할을 하는 연골이 점차 닳아 없어지는 질환입니다. 노화와 비만, 반복적인 관절 사용 등이 원인으로 꼽히며 고령층에서 특히 흔합니다.
문제는 치료 방식입니다. 지금까지는 소염진통제나 주사 치료로 통증을 완화하는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연골이 무너지는 과정 자체를 막는 치료제는 사실상 없었습니다.
이 때문에 환자가 늘어날수록 사회적 부담도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국내에서는 환자 증가 속도가 더욱 가파른 편입니다.
◆ “SHP 줄어들수록 관절 손상 빨라진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실험동물자원센터 이철호·김용훈 연구팀과 충남대학교병원 김진현 연구팀은 우리 몸 속의 ‘SHP(NR0B2)’라는 단백질에 주목했습니다.
연구팀이 환자 조직과 동물 모델을 분석한 결과, 관절염이 진행될수록 이 단백질의 양이 눈에 띄게 감소하는 현상이 확인됐습니다. 보호 기능이 약해지면서 연골 파괴가 더 빠르게 진행된다는 의미입니다.
SHP를 제거한 실험에서는 변화가 더 분명했습니다. 일반 개체보다 통증이 심해지고, 연골 손상 속도도 크게 빨라졌습니다.
반대로 SHP를 보충했을 때는 손상된 연골이 줄고 관절 기능이 개선되는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 연골 파괴 효소 ‘차단’…작동 원리 규명
연구팀은 SHP가 어떻게 작용하는지도 확인했습니다.
이 단백질은 연골을 분해하는 효소(MMP-3, MMP-13)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초기 단계에서 억제하는 역할을 합니다. 쉽게 말해 연골을 깎아내는 ‘가위’를 아예 작동하지 못하게 막는 방식입니다.
이 과정에서 염증 반응과 관련된 신호 전달 체계도 함께 차단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골 손상을 유발하는 복합적인 경로를 동시에 억제하는 셈입니다.
이는 기존 치료법과 달리 단순 증상 완화 수준을 넘어 연골 손상 자체를 늦추는 전략입니다.
◆ 유전자 주사 한 번으로 효과 지속 가능성
연구팀은 한 단계 더 나아가 치료 적용 가능성도 시험했습니다.
SHP 유전자를 담은 바이러스를 관절에 주입하자, 이미 관절염이 진행된 동물에서도 연골 손상이 멈추고 통증이 뚜렷하게 줄어드는 것을 확인됐습니다.
연구책임자인 이철호 박사는 "SHP 단백질이 퇴행성 관절염의 발생과 진행 과정에서 연골을 보호하는 핵심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확인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향후 SHP를 활용한 치료 전략이 개발된다면 질환 진행을 늦추거나 예방하는 새로운 접근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Nature Communications에 지난 2월 21일 자 온라인 판에 실렸습니다.
◆ 초고령 사회, 치료 패러다임 바뀌나
이번 연구는 퇴행성 관절염 치료 방향을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그동안 시도돼 온 ‘질병 진행 억제 치료제(DMOAD)’ 개발이 성과를 내지 못했던 상황에서, 연골 파괴를 제어하는 핵심 조절 인자를 찾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특히 유전자 치료 방식이 실제 효과를 보였다는 점은 장기 치료 전략에도 변화를 예고합니다. 치료 횟수를 줄이면서도 지속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고령 인구가 빠르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관절 질환은 개인의 삶의 질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의료비 부담과도 직결됩니다. 연골 손상을 근본적으로 늦출 수 있는 기술이 현실화될 경우 의료 환경 전반에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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