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원유 해상 교역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국내 에너지 안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다만 한국은 국제 기준을 크게 웃도는 석유 비축량을 확보하고 있어 단기 대응 여력은 충분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석유 해상 물동량의 약 27%가 통과하는 전략적 요충지입니다.
전체 폭은 약 55㎞이지만, 실제 유조선 통항 가능 구간은 10㎞ 이내에 불과하며 대부분 이란 영해에 속해 있습니다.
문제는 한국의 높은 의존도입니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중동산 원유 도입 비중은 전체의 69.1%에 달했고, 이 가운데 95% 이상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습니다.
봉쇄가 장기화할 경우 국내 정유·석유화학 업계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그럼에도 정부는 단기 수급 차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입장입니다.
정부와 민간이 상당한 규모의 비축유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회원국에 최소 90일분의 비축유 확보를 권고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이를 크게 상회하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한국의 석유비축 지속일수는 IEA 회원국 가운데 네덜란드, 덴마크, 핀란드, 헝가리, 일본에 이어 6위를 기록했습니다.
석유비축 지속일수는 비축 물량을 전년도 일평균 석유 순수입량으로 나눈 값으로, 위기 시 국내 소비를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문신학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은 최근 중동 상황 점검 회의 브리핑에서 “정부 비축량 7,648만 배럴과 민간 비축량 7,383만 배럴을 합치면 즉시 사용 가능한 물량이 약 1억5,700만 배럴”이라며 “3개월 내 추가 확보 가능한 3,500만 배럴까지 포함하면 총 208일분 정도의 대응 여력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정부와 업계는 봉쇄 장기화 가능성에 대비해 수입선 다변화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에 미국산 원유 수입 확대가 대표적 대안으로 거론됩니다.
미국은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한국이 두 번째로 많은 원유를 수입한 국가입니다.
한국석유공사도 위기 대응 체계를 가동했습니다.
공사는 최근 석유수급 위기대응 상황반 회의를 열고 전략비축유 방출 가능성을 점검했습니다.
전략비축유는 전쟁 등으로 공급 차질이 발생할 경우 시장 안정을 위해 방출하는 물량입니다.
한국이 전략비축유를 방출한 것은 1991년 걸프전,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2011년 리비아 사태, 2022년 코로나19에 따른 국제 유가 급등, 같은 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지금까지 다섯 차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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