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목 위 스마트워치 기능이 대폭 향상된다면 어떨까(AI 생성 이미지)
◆ '살아있다는 신호', 혈액
우리 몸 속 혈액의 흐름은 '생명의 신호'입니다. 이 흐름이 느려지거나 불안정해지면 곧장 심혈관 질환과 쇼크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실제 심혈관 질환은 WHO 기준 전 세계 사망원인 1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혈류 속도'는 심혈관 건강 상태를 직접적으로 반영하는 핵심 생체 지표입니다. 이를 상시 측정할 수 있다면 고혈압, 동맥경화 등 만성 질환뿐 아니라 쇼크와 같은 급격한 혈동역학적 이상을 조기에 감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되겠죠.
하지만 현재 혈류를 정확히 측정하려면 병원 장비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또 임상에서 주로 활용되는 '도플러 초음파 방식'은 정확도 면에서 우수하지만 장비가 크고 전문 의료인의 조작이 필수적이어서 일상적인 지속 모니터링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이에 소형화된 '웨어러블 열 센서'를 활용한 비침습 혈류 측정 기술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으나, 기존 단층(single-layer) 열 센싱 구조는 피부 아래 혈관의 깊이에 따라 측정값이 왜곡되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열 센서가 감지하는 온도 분포는 '혈류 속도'와 '혈관 깊이' 이 두 변수가 혼재된 결과이기 때문에, 혈관 깊이 정보 없이는 정확한 혈류 속도 측정이 불가능한 겁니다.
실제 연구팀이 만든 혈액 측정 분석 기기
◆ '착 붙이기만 하면 된다?'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선 국내 연구진이 피부에 붙이기만 하면 혈류를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는 무선 전자패치를 개발했습니다.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권경하 교수 연구팀이 딥러닝(AI)과 다층 열 센싱 기술을 결합한 무선 웨어러블 혈류 측정 시스템을 개발한 겁니다.
이 장치는 혈관을 직접 건드리지 않고도(비침습 방식) 혈류 속도와 혈관 깊이를 동시에 측정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이게 가능했을까요?
한 줄로 정리하자면, 연구팀은 '혈액이 흐르면 주변에 미세한 열 이동이 발생한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여기에 착안해, 서로 다른 깊이에 온도 센서를 배치해 열의 이동 경로를 입체적으로 분석하는 '다층 열 센싱' 기술을 개발한 겁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보면, 피부와 수직 방향으로 서로 다른 층에 서미스터(Thermistor)를 배치하는 다층 열 센싱(Multilayer Thermal Gradient Sensing) 구조를 새롭게 제안했습니다.
각 층의 상류·하류 서미스터와 기준 서미스터(reference thermistor)를 Wheatstone bridge 구성으로 연결함으로써 환경 온도 변화를 능동적으로 제거하고, 수직 방향의 열 구배(thermal gradient) 정보만을 정밀하게 추출할 수 있도록 설계해, 혈관 깊이와 혈류 속도라는 두 변수를 독립적으로 분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겁니다.
혈류 속도와 혈관 깊이 등에 따른 열패턴 분석 결과
◆ '빠지면 섭섭한' AI..이번에도 해결사
연구팀은 여기서 더 나아가 요즘 과학 기술에 빠지면 섭섭한 'AI 알고리즘'도 적용했는데, 그 결과 복잡한 체온 분포 속에서 혈관의 깊이와 실제 혈류 속도를 실시간으로 분리·추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연구팀은 실제 실험 과정에서 각 센싱 레이어의 상류·하류·기준 서미스터로부터 획득한 6개 입력값을 신경망에 입력해, 혈관 깊이와 혈류 속도를 실시간(20Hz 샘플링, 1Hz 출력)으로 동시에 예측하는 데에 도전했습니다.
그 결과 초당 1~10mm 범위의 혈류 속도를 오차 0.12mm/s 이내로, 1~2mm 범위의 혈관 깊이를 오차 0.07mm 이내로 측정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는 머리카락 굵기보다 작은 수준의 오차로, 일반적인 웨어러블 기기로는 구현하기 어려운 정밀도라는 게 연구팀의 설명입니다.
특히 이 기술을 스마트워치에 사용되는 광혈류(PPG) 센서와 결합하면 혈압 측정 오차를 최대 72.6%까지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스마트워치 혈압 측정값이 병원 장비에 한층 가까워질 수 있음을 의미하는데, 웨어러블 기기의 신뢰도를 크게 높일 수 있는 성과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 '생명 구하는 패치' 기대
이번 연구는 열 기반 혈류 측정의 '핵심 난제'였던 혈관 깊이에 따른 측정 오차 문제를 다층 센싱 구조와 딥러닝의 융합을 통해 해결할 수 있음을 실험적으로 입증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를 지닙니다.
이 전자패치는 향후 여러 응급 의료 현장에서 환자의 상태 변화를 실시간으로 감지하는 데 활용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또 고혈압·당뇨 환자의 맞춤형 건강관리, 쇼크와 같은 급성 위험 신호의 조기 감지에도 큰 도움을 줄 것으로 전망됩니다.
본 연구는 심영민 석박통합과정이 1저자로 연구를 주도했으며 해당 연구 결과는 세계적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2월 6일 게재됐습니다.
※ 논문명: Deep learning?integrated multilayer thermal gradient sensing platform for real-time blood flow monitoring, DOI: 10.1126/sciadv.aea8902
(사진=KA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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