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대통령 선거 후보들은 23일 두 번째 TV 토론에서 거친 설전을 벌였습니다.
'사회 갈등 극복과 통합 방안'이라는 토론 주제에도 후보들은 상호 비방과 공격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와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 대한 공세 수위를 한껏 끌어올렸고, 이재명 후보는 두 사람의 공세에 밀리지 않기 위해 맞불을 놨습니다.
대선이 11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후보들의 네거티브 공방이 격화하는 가운데 표현 수위도 1차 토론보다 훨씬 올라간 모습입니다.
이재명 후보는 차분한 말투로 토론을 시작했고, 모두발언에서 유일하게 다른 후보를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시작과 동시에 과거 의혹을 고리로 한 경쟁 후보들의 공세가 시작되자 날카롭게 반응했습니다.
김문수 후보가 '지금 제 차례 아니냐'며 발언을 요구하자 "아닙니다. 알고 하세요"라고 받아치거나, 김 후보의 발언 도중 "잠깐만요"라며 말을 이어가기도 했습니다.
김문수 후보가 법인카드 유용 등 의혹을 제기한 데 대해선 "김 후보가 소속된 그 정권이 아무런 증거도 없이 언론 플레이해가면서 마구 무작위 조작 기소를 한 결과"라며 "증거가 있으면 구체적 증거를 대보라"고 요구했습니다.
나아가 이재명 후보는 김문수 후보의 '소방관 관등성명' 논란, 이준석 후보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불참 논란 등을 건드리며 직접 역공에도 나섰습니다.
이재명 후보는 이 과정에서 사회자가 '상대방의 30초 발언 시간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하자 "네. 그럴 겁니다"라고 무표정하게 대답했다가 이내 사회자를 향해 멋쩍은 듯 웃어 보이기도 했습니다.
김문수 후보는 모두발언부터 이재명 후보를 겨냥해 "거짓말을 계속하고 검사 사칭, 총각 사칭까지 하면서 어떻게 '진짜 대한민국'을 말할 수 있느냐"며 포문을 열었습니다.
김 후보는 이어진 토론에서도 자신과 전광훈 목사의 관계를 지적하는 이재명 후보를 향해 "허위 사실을 말하면 안 된다. 또 걸리면 누범, 재범"이라며 단호한 태도로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김 후보는 이 밖에도 이재명 후보의 과거 '형수 욕설' 논란, '서울대병원 헬기 이송' 논란, 대북 송금 의혹 및 백현동·대장동 사건 의혹 등을 하나하나 언급했습니다.
이재명 후보의 부인 김혜경 여사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언급하며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은데 윗물이 이렇게 탁하고, 부정부패 비리에 이런 식으로 방탄 입법을 하고, 방탄조끼를 입고, 이렇게 해서 과연 우리 공직이 유지되겠느냐"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토론에서 이재명 후보의 '커피 원가 120원' 발언에 문제를 제기했다가 곧바로 "그건 넘어가겠다"고 하는 등, 상대적으로 덜 공격적인 태도를 보인 것과 달리 이번 토론에서는 작정한 듯 공세 수위를 높인 모습입니다.
이준석 후보 역시 모두발언부터 "자신의 사이비 호텔 경제학에 의문을 제기하는 국민을 바보라 조롱하는 후보가 감히 노무현을 입에 올리는 세상"이라며 이재명 후보를 저격했습니다.
이준석 후보의 질문 공세는 이내 설전 양상으로 번졌습니다.
이준석 후보가 이재명 후보에게 15조원 규모의 건강보험 간병비 지원 문제를 지적하자 이재명 후보는 "내가 언제 15조원 한다고 했어요?"라고 되물었습니다.
이어 "규칙을 지키는 게 중요하지 않으냐", "중간에 안 끼어들면 좋겠다"고 따지면서 상대가 하는 말을 왜곡하거나 특정 부분을 빼서 짜깁기해버리면 그건 대화하는 게 아니라 시비"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자 이준석 후보는 헛웃음을 지으며 "답변은 하지 않고 저한테 훈계하듯 말씀하시면서 끝냈다"고 쏘아붙였습니다.
이준석 후보는 연금 개혁 토론에서도 이재명 후보를 향해 "말 그대로 궤변을 하고 계신다"며 "자꾸 '힘의 논리'를 이야기하는데 본인들이(민주당이) 법원을 그렇게 겁박하지 않았나"라고 지적했습니다.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는 이준석 후보를 상대로 정치권의 혐오·갈등 조장을 문제 삼으며 놓고 공방을 벌였습니다.
김문수 후보를 향해서는 '중대재해처벌법 폐지' 발언을 거론하면서 "정말 화가 난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권영국 후보는 노동자와 서민을 대표하겠다는 의미로 손바닥에 민(民)이라는 글자를 쓰고 나왔습니다.
3년 전 대선 토론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왕(王)을 쓰고 나온 데 착안해 이번 선거는 민중의 대표를 뽑는 선거라는 의미를 담았다고 권 후보는 설명했습니다.
김문수 후보와 이준석 후보, 권영국 후보는 각자 자기 당을 상징하는 빨간색, 주황색, 노란색의 넥타이를 매고 나왔습니다.
유세 현장에서 통합을 강조해온 이재명 후보는 단색이 아닌 줄무늬 넥타이를 매고 토론에 참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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