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소득 증가율 94.9%로 남성 앞섰지만 절대 금액은 극히 낮아
기초연금 늘어도 소비 못 늘려…"하위 25% 추가 지급" 등 제언
증가율의 껍데기를 벗기면 빈곤이 드러납니다.
우리나라 만 66세 이상 여성 노인의 공적연금 수급률과 소득 증가율이 지난 10년간 남성보다 높았지만, 과거 수치가 워낙 낮았던 데 따른 착시 효과일 뿐 실질 소득은 여전히 노후 생계를 잇기에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여성 노인 다수가 의존하는 기초연금은 실질적인 소비를 늘리는 효과가 미미해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국민연금연구원 김만수·안준홍·이예인 연구원의 '공적연금 수급에 따른 여성 노인의 소득구성과 소비수준 변화 분석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만 66세 이상 여성 노인의 총소득은 2013년부터 2023년까지 10년간 94.9% 늘어 남성 노인 증가율 72.2%를 웃돌았습니다.
그러나 높은 증가율에도 여성 노인의 실질 연금 수령액과 총소득 규모는 여전히 극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2023년 기준 여성 노인의 월평균 국민연금 수령액은 24만 3천 원에 불과해, 남성 노인 평균 154만 5천 원의 6분의 1 수준에 그쳤습니다.
증가율이라는 수치상 착시를 걷어내면 성별 간 절대적 소득 격차와 여성 노인의 빈곤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입니다.
노후 소득 보장의 핵심 축인 국민연금의 성별 격차는 가입 기간에서도 심각합니다.
2024년 12월 기준 가입 기간 20년 이상인 완전 노령연금 수급자는 남성이 97만 6천 명인 반면 여성은 18만 5천 명으로, 남성이 약 5배 많았습니다.
2024년 기준 노령연금 전체 월평균 지급액도 65만 7천 원 수준으로, 1인 가구 기준 중위소득의 절반에도 못 미쳐 연금만으로는 안정적인 노후 생활이 어려운 실정입니다.
공적연금을 어떤 형태로 받느냐에 따라 경제적 취약성이 뚜렷하게 갈리는 모순도 확인됐습니다.
실증 분석 결과 국민연금만 받는 여성 노인은 수급액이 늘면 실질 소비와 필수재 소비가 함께 늘어나는 긍정적인 소득 효과를 보였습니다.
반면 기초연금만 받는 집단은 성별 격차는 가장 작았지만 전체 집단 중 총소득이 가장 낮아 심각한 취약성을 드러냈습니다.
이들은 기초연금 수급액이 늘어도 전체 소비지출이나 식비, 주거비 같은 필수 소비를 늘리는 데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받지 못했습니다.
현재의 기초연금 지급액이 실질적인 생활 안정으로 이어지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방증입니다.
소득 구성에서도 여성 노인의 취약한 경제 구조가 확인됩니다.
2023년 기준 여성 노인의 소득원 가운데 기초연금 비중은 22.2%로 가장 높았고, 10년 전보다 약 7%포인트 늘어 근로·사업소득과 사적 이전소득을 제치고 가장 중요한 수입원이 됐습니다.
반면 남성 노인 소득에서 기초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3.6%에 불과했습니다.
여성 노인의 기초연금 의존도는 남성보다 압도적으로 높지만, 정작 기초연금만 받는 집단의 연평균 총소득은 900만 원 미만으로 전체 집단 중 가장 낮았습니다.
가구 유형별로는 홀로 사는 단독가구가 성별을 막론하고 가장 취약한 집단으로 확인됐습니다.
단독가구는 여성과 남성의 소득 차이가 크지 않았으며, 여성 단독가구는 기초연금과 자녀 등이 보내주는 사적 이전소득 의존도가 매우 높았습니다.
자산 규모별 분석에서도 자산이 적은 하위 집단일수록 기초연금 의존 경향이 강했고, 여성 노인의 소비 행태는 본인의 연금 수급액보다 배우자나 가구 전체의 총소득과 자산 크기에 더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연구진은 취약 계층 여성 노인의 노후 소득 보장을 강화할 다각적인 정책을 제언했습니다.
장기 대안으로는 소득 하위 25% 수준의 취약 계층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추가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 선정 시 소득인정액 산정에서 기초연금 수급액을 제외해 저소득 노인이 복지 혜택을 온전히 누리도록 해야 한다고도 강조했습니다.
여성 노인의 긴 기대수명과 혼자 남겨질 위험을 고려해, 기초연금 수급자가 사망하면 유족에게 80만 원에서 100만 원 수준의 장제비를 일시금으로 지급하는 제도 신설도 제안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부부가 동시에 기초연금을 받을 때 각각 20%씩 깎는 부부 감액 제도에서 취약 계층만큼은 예외로 둬 전액을 지급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다만 연구진은 이런 정책 시행에 앞서 기초연금의 거시적 역할과 목표를 정립하고, 막대한 재정이 드는 만큼 재정적 지속가능성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 copyright © tjb,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0 / 300
댓글이 없습니다.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