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민공원이 일제강점기 경마장과 미군 하야리아 부대를 거쳐 시민의 공간으로 돌아오기까지의 역사를 품은 장소로 소개됐습니다.
부산진구에 자리한 부산시민공원은 100여 년 전 일본인이 범전동 일대에 조성한 경마장 부지에서 출발했습니다.
태평양전쟁 이후 이곳에는 포로수용소와 일본군 병참기지가 들어섰고, 한국전쟁 뒤에는 주한미군 부산기지 사령부인 하야리아 부대로 사용됐습니다.
하야리아 부대 주변은 전쟁 이후 생계를 이어가야 했던 주민들의 삶터이기도 했습니다.
부대 인근 주민들은 벽을 따라 건빵과 빵을 팔거나 기름을 모아 되파는 방식으로 생계를 꾸렸다고 회상했습니다.
미군 부대에서 나온 음식물은 ‘꿀꿀이죽’으로 다시 끓여 팔리며 배고픈 시절 서민들의 허기를 달래기도 했습니다.
1975년부터 1995년까지 하야리아 부대에서 탄약정비관으로 근무한 김수현 씨는 당시 부대가 높은 담장과 철조망, 망대로 둘러싸인 통제된 공간이었다고 떠올렸습니다.
또 전후 복구기 부산의 다른 지역과 달리 하야리아 부대만은 24시간 전기가 공급돼 늘 밝았고, 당시에는 전혀 다른 세상처럼 느껴졌다고 말했습니다.
하야리아 부대는 주민들에게 생계의 현장이자 미국식 음식과 음악, 생활문화를 접하는 통로이기도 했습니다.
1986년 하야리아 부대에서 밴드 연주자로 활동한 김화남 씨는 장교클럽에서 공연하며 미군들과 어울렸고, 그곳에서 햄버거와 스테이크, 커피 같은 미국 음식을 처음 접했다고 회상했습니다.
이후 하야리아 부지 반환과 시민공원 조성을 요구하는 시민운동도 본격화됐습니다.
정부가 부지 일부를 선수촌 아파트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시민사회는 평지 공원이 부족한 부산에 전체 부지를 시민공원으로 조성해야 한다고 맞섰습니다.
인간띠 잇기와 종이비행기 날리기 등 평화적인 방식의 운동이 이어졌고, 시민 152만 명의 서명이 모였습니다.
2006년 하야리아 부대는 공식 폐쇄됐고, 2010년 부산시에 부대 열쇠가 반환되면서 빗장이 열렸습니다.
이후 조경 설계를 거쳐 2014년 부산시민공원이 문을 열었고, 일제 경마장과 미군 부대 시절의 흔적을 품은 도심 공원으로 시민 곁에 돌아왔습니다.
프로그램은 부산시민공원이 억압과 동경, 생계와 변화의 시간이 켜켜이 쌓인 땅이자, 시민의 힘으로 되찾은 공간이라고 조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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