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멘트 】
푸른 초원 위에 말 한 마리가
마치 사람처럼 베개에 드러누워 있습니다.
15년 전까지 치열하게 경마를 뛰며
우승까지 해본 경주마입니다.
은퇴한 뒤 일본의 한 말 보호센터에서
여생을 보내는 모습이 공개되면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선
여전히 이런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제2의 인생을 찾는 해외의 은퇴 경주마
사례들을 통해 우리에게
남은 과제들을 고민해봅니다.
전유진 기자입니다.
【 기자 】
기수와 함께 교감을 나누며
회갈색 말 한마리가 사뿐하게
장애물을 뛰어넘습니다.
아이들의 손길을 느끼고
드넓은 들판을 자유롭게
달리기도 합니다.
올해 14살인 '케 세라'는
2년동안 경주마로 활동 후
영국의 은퇴 경주마 보호센터인
ROR의 지원을 거쳐
제 2의 삶과 가족을 찾았습니다.
빠르게 달리는 경마와 달리
승마는 부드럽게 사람과
호흡을 맞추는 게 가장 중요한데,
센터의 재사회화 교육으로
적성을 찾아 승마 대회에서
우승도 차지했습니다.
말 산업 선진국인 영국에 영향을 받았던
홍콩도 국가가 퇴역마 복지를
책임지고 있습니다.
▶ 인터뷰 : 김정현 / 한국말복지연구소 소장
- "홍콩 마사회 같은 경우에는 말 수의사나 말 트레이너 같은 전문 인력들이 퇴역 경주마의 심리적, 신체적 재활 기간을 도운 다음에 건강해지면 일반 사람들에게 분양을 하는 식으로 (진행합니다.)"
세계에서 제일 큰
경마 시장을 가진 미국은
비영리단체인 'TAA'가
앞장 서서 은퇴 경주마
복지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미국 동물보호단체 'PETA'는 TJB와
서면 인터뷰를 통해 TAA가 경마 협회 등
관계자들에게 기금을 받아 입양 및
보호 프로그램을 마련하도록 말 보호소에
투자하고, 2년마다 말 건강 관리 등
조건을 확인하는 엄격한 인증 절차를
운영중이라고 밝혔습니다.
TAA가 인증, 관리중인 미국내
은퇴경주마 보호소는 180곳.
전국 단 한 곳에 불과한
한국과는 천지차이입니다.
9살 경주마 '골든미니스터'가
단 한번의 경주를 뛰고 은퇴한 뒤
공주의 말 농장에서 방치되고 있는 현실이
전혀 놀랍지 않은 이유입니다.
전문가들은 전 세계적으로
말과 사람과의 관계가
바뀌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 역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 인터뷰(☎) : 조희경 / 동물자유연대 대표
- "은퇴했을 때에 새로운 가족을 맺어줄 수 있는 이런 노력들을 할 수 있는 게 많이 필요하고 (퇴역마) 복지 시스템 구축하는 데에도 (한국마사회의) 수익이 상당 부분 활용이 돼야 된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고요."
아울러 돼지나 닭 등 식용 가축에 대해서도
복지가 논의되는 시대에, 사람과 교감하고
사람 뜻에 따라 교육되는 '말'이라는 동물을
대하는 인식도 달라져야 할 때입니다.
TJB 전유진입니다.
(영상취재 : 이용주)
(영상출처 : 유튜브 'TAA', 'HKJC', 'ROR', '요기보 베르사유 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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