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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의원'이라는 폭탄 돌리기의 결과 '도민 자존심만 구겼다'

기사입력
2022-01-18 오전 10:10
최종수정
2022-01-18 오후 5:21
조회수
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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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BS 자료화면 :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전경
전국이 대통령 선거와 관련된 이슈-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의 통화 녹취로 떠들썩한데 제주에선 전국 유일의 교육의원 제도 존폐를 놓고 공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교육의원 제도를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제주자치도 특별법 개정안이 발의되자 각계각층에서 다양한 반응들을 내놓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역 교육의원들은 교육 자치를 훼손한다며 반발하면서 6월 지방 선거 이후 도민 공론화 시작 등을 요구했습니다.

반면, 한 시민사회단체는 실패한 교육의원 제도를 기득권으로 부여잡지 말라는 독설을 날리기도 했습니다.

한 정당은 '교육의원을 폐지해도 도민들이 결정할 문제'라는 다소 애매모호한 논평을 내놨습니다.

교육의원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제주에서만 운영되고 있는 제도입니다.

당초에는 교육청을 상대로 한 교육위원회가 있었지만 지난 2004년 6월 지방 교육 자치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전면 폐지됐다가, 지난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 출범과 함께 도입됐습니다.

그동안 교육의원에 대한 무수한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5개 선거구 중 4개 선거구의 무투표 당선부터, 교육 관련 경력자만 교육의원 선거에 출마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이라든가, 단순 교육 분야에 그치지 않은 본회의 투표권, 거기다가 교육 자치를 말하면서 도정질문에까지 참여하기 때문입니다.

급기야 한 시민사회단체(제주참여환경연대)가 교육의원 출마 자격 제한이 직업 선택의 자유를 제한한다며 헌법소원까지 제기했지만 지난 2020년 9월 기각 됐습니다.

당시 헌법재판소가 내린 결론을 요약하자면 교육위원회에 일반 도의원들도 참여하고 있고, 교육 경력이 없는 도민들도 도의원으로 당선돼 교육위원회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겁니다.

그런데 최근 교육의원 제도를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특별법 개정안이 발의됐습니다.

제주 지역구 3명 국회의원이 아닌 서울 강동구을 지역구의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국회의원이 대표 발의 한 겁니다.

현역 교육의원들은 지난 13일 긴급 회동을 갖고 대책을 논의한 후 오늘(17) 기자회견을 열어 특별법 개정안 발의는 국회의 밀실 입법이라고 비난했습니다.

교육의원들은 선거 과정에서 일부 무투표 당선되면서 '퇴임한 교장들의 전유물'이니 '깜깜이 선거'라는 비난 여론이 있었던 점은 인정했습니다.

그런데 느닷없이 타 지역의 국회의원이 도민 사회 공론화 과정도 없이 일방적으로 교육의원 제도 폐지 법안을 발의했다고 반발했습니다.

또 교육의원 제도를 없애겠다는 것은 교육 자치를 천명한 특별법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고, 이는 제주의 시계를 특별법 이전으로 되돌리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교육의원 제도 폐지를 위한 특별법 개정 시도 중단과 6월 지방 선거 이후 도민 공론화 시작 등을 요구했습니다.

그런데 공론화 결과 어떤 결정이 내려져도 수용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건 그때 공론화 과정을 거치면서 조정이 될 것이라는 대답으로 넘어갔습니다.

그러면서 공론화 주체는 제주도정이 돼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특별법 개정의 주체가 제주도정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헌법소원을 제기했던 제주참여환경연대가 '교육의원 폐해 눈 감고 교육 자치만 강조하는 교육계의 각성을 촉구한다.'라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교육의원 제도 폐지 법안이 국회에 상정된 것을 두고 일부에선 정치적 음모로 몰아가고 있다며 교육 의원이 사라지면 교육 자치가 사라지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다른 지역에서는 제주도 교육의원이 보이는 각종 폐해와 불합리함을 이유로 이미 폐기된 제도를 제주만의 특화된 제도로 과장하면서 명맥을 이으려고 한다는 겁니다.

또 교육과 무관한 도의원의 모든 권한을 부여 받아 도의회 본 회의에서 각종 개발 사업 허가의 거수기 역할과 보수적 투표에 몰표를 던지면서 의사 결정을 왜곡하는 결과를 불러왔다고 맹비난했습니다.

선출 당시 명분과 실제로 행사하는 권한이 일치하지 않았고, 교육 자치의 한 주체인 학생들의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거부하는 등 교육 자치에 역행하는 행태를 보여 왔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교육의원 제도는 오히려 교육 자치의 참 뜻을 왜곡 시키고 있다며 실패한 교육의원 제도를 기득권으로 부여잡지 말라고 교육계에 촉구했습니다.

국민의힘 제주도당도 공방에 가세했습니다.

서울 사람이 뜬금없는 교육의원 제도 폐지 주장은 제주인을 업신여기는 처사라며 교육의원 제도의 존폐 여부는 도민들이 공론화 과정을 거쳐 결정할 사안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그러면서 도민의 자존심을 훼손하고 자치 주권 침해 법안에 동조한 더불어민주당 송재호 국회의원과 이런 행위에 눈을 감고 입을 다물고 있는 오영훈, 위성곤 국회의원도 공범이라고 몰아붙였습니다.

교육의원 제도 폐지 논란에 대한 책임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도지사 출마가 예상되는 국회의원들에게 화살을 돌린 겁니다.

여기에서 짚어봐야 할 대목이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국민의힘 제주도당이 지적한 것처럼 제주의 문제를 제주가 아닌 서울 국회의원이 들고 나섰는가 하는 점입니다.

사실 교육의원 제도 폐지 법률안은 도의원 선거구 획정과 맞물려 있습니다.

두 개의 선거구를 분구하고 하나의 선거구를 통합해야 하는데 분구에는 반대 여론이 없지만 통합에는 해당 지역주민들의 반발이 심상치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교육의원 제도를 폐지하면 도의원 정수 증원 없이 선거구 분구와 비례대표까지 추가로 선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립니다.

그동안 교육의원 제도 존폐에 대한 논란은 끊임없이 제기돼 왔지만 행정을 비롯한 제주 지방정가에서는 그 누구도 소위 '총대'를 매고 나서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제주지역의 모 국회의원과 이해식 국회의원이 논의 끝에 대표 발의했다는 얘기가 있을 정돕니다.

차기 지방선거에서 부담을 지지 않으려는 제주 지방정가 정치인들의 무책임한 행태가 부른 참사라는 지적입니다.

둘째는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시각의 문젭니다.

교육의원들의 반발이야 뻔했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공론화 결과를 받아들일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공론화 과정에서 조정될 수 있을 것이라는-은 언뜻 보기에도 자기 밥그릇 챙기려는 행태로 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참여환경연대도 6월 지방선거 이후로 공론화를 미루지 말고 예비후보 등록 이전에 마무리 지을 수 있도록 지금부터라도 빠르게 진행하자고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교육의원 제도 폐지 논란에서 책임을 비켜 갈 수 없음에도 더불어민주당 책임으로 떠넘긴 국민의힘 제주도당 역시 아쉬움이 남습니다.

논란이 돼 온 교육의원 제도를 지금까지 방치해서 제1야당으로서 죄송하다는 사과를 먼저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점입니다.

하지만 서울에서 던져진 돌멩이가 제주라는 연못에 파장을 일으킨 것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또 파장이 커지면 커질수록 제주도민들은 자기 주권조차 제대로 행사하지 못한다는 비판에 직면하면서 자존심을 구길 수 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더불어민주당이 제주도민의 자존심을 제대로 구겼다면, 국민의힘도 자존심을 구기는데 한 몫 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윱니다.

덤-그런데 대법원의 판단을 주목해 볼 필요도 있지 않을까요?

교육의원 제도는 전문성 때문에 교육경력자들로 출마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직업 선택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문제 제기가 됐던 부분이기도 합니다.

대법원은 일반 지역구 도의원들도 교육위원회 소속으로 활동하기 때문에 일반 도민들도 도의원에 당선되면 교육위원회 활동을 할 수 있다, 그러니까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한 것이 아니다라는 논리인데, 이것을 뒤집어 보면 굳이 교육경력을 가진, 전문성을 갖추지 않은 일반 도의원들도 교육위원회 활동하고 있다면 교육의원의 출마자격 제한은 전문성만으로는 설명이 어렵지 않을까요?

굳이 교육의원을 따로 뽑지 않아도, 일반 지역구 선출 도의원들 만으로도 교육위원회라는 상임위원회를 구성할 수도 있다는 생각은 너무 앞서나간 것인가요?


JIBS 조창범 ([email protected])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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