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벌채 지역, 2차 피해 '고위험 지대'
"토사·암석·유목까지 반영…정밀 대응 가능"
기후변화로 인해 단시간에 강한 비가 집중되는 '극한 강우'가 잦아지면서 산사태와 토석류 재해의 위험성이 크게 높아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산사태 자체가 주요 위험 요인이었지만, 최근에는 산불과 벌채, 도시 개발 등으로 약화된 산지 환경에서 산사태에 이어 곧바로 토석류 재해가 복합적으로 발생하며 피해 규모가 더욱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토석류가 단순한 흙의 이동이 아니라, 암석과 나무(유목)까지 뒤섞여 고속으로 이동하면서 충격이 급격히 커진다는 점입니다. 기존 방재 시스템은 유체 흐름 중심으로 설계돼 이러한 복합 거동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고, 이 때문에 예측과 대응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처럼 재난의 구조 자체가 바뀌는 상황에서 단순 경보를 넘어 '어디까지, 어떻게 퍼질 것인가'를 정밀하게 예측하는 기술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산사태 이후 토석류의 확산 범위와 충격을 동시에 분석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돼 주목받고 있습니다.
◆ "토석류, 어디까지 번지나"…핵심 기술은
Q. 이번에 개발된 기술의 핵심은 무엇입니까?
한국지질자원연구원(KIGAM) 지질재해연구실 연구팀은 극한 강우 이후 산사태로 발생하는 토석류의 이동 경로와 피해 범위를 정밀하게 예측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 기술(KIGAM-DF) 모델을 개발했습니다.
이 기술은 토석류를 단순한 물의 흐름을 넘어 흙과 암석, 나무가 함께 이동하는 복합 재해로 인식하고 이를 동시에 분석할 수 있도록 설계됐습니다.
◆ "왜 위험 커졌나"…산불 이후 구조 변화
Q. 최근 토석류 피해가 커지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산불이나 벌채로 인해 산지의 식생이 훼손되면, 토양을 잡아주는 뿌리 구조가 사라지면서 지반이 쉽게 붕괴됩니다.
이 상태에서 극한 강우가 발생하면 토사가 대량으로 쓸려 내려오고, 여기에 암석과 유목 이동이 더해지면서 파괴력이 훨씬 커집니다.
즉, 단순한 '비→산사태' 구조가 아니라 '산불→지반 약화→극한 강우→토석류 재해 대형화'라는 연쇄적 재난 구조로 바뀐 것입니다.
◆ 기존 기술 한계는…유체 중심 분석
Q. 기존 예측 기술에는 어떤 한계가 있었습니까?
기존 모델은 주로 물의 흐름과 토사 이동을 중심으로 분석해왔습니다.
하지만 실제 토석류는 큰 암석의 충돌과 나무의 걸림 및 축적, 장애물 형성 후 급격한 붕괴와 같은 복합적인 물리 현상이 동시에 발생합니다
이러한 요소를 반영하지 못하면 피해가 더 커질 수 있지만, 그동안 토석류의 복합적인 거동을 동시에 반영하는 물질적 해석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 무엇이 달라졌나…암석·유목까지 반영
Q. KIGAM-DF 기술의 차별점은 무엇입니까?
이 모델은 토석류 재해의 전 과정, 즉 발생, 이동, 퇴적 을 통합적으로 분석할 뿐만 아니라, 유목의 생성과 이동, 집적 과정까지 함께 반영합니다.
이를 통해 단순 확산 범위뿐 아니라 충격 강도와 위험 지역까지 정량적으로 예측할 수 있습니다.
◆ “정확도는 어느 수준인가”
Q. 실제 적용 결과는 어떻습니까?
연구팀은 2011년 우면산 산사태와 2023년 경북 예천 토석류사례에 기술을 적용한 결과, 약 85~90% 수준의 높은 예측 정확도를 확인했습니다.
이는 실제 재난 대응에 활용 가능한 수준의 신뢰도를 확보했다는 의미입니다.
◆ 현장 활용은…방재시설 배치까지 가능
Q. 이 기술이 실제로 어떻게 활용됩니까?
이 기술은 토석류가 어디까지 확산되는지를 예측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방댐 위치 선정부터 방재 구조물 배치, 위험지역 사전 설정까지 대응 방식 결정에도 직접 활용될 수 있습니다.
특히 최소한의 입력 데이터만으로도 시뮬레이션이 가능해 신속한 재난 대응 시나리오 수립에 유리한 것이 강점입니다.
◆ 정책적 의미는…재난 대응 패러다임 변화
Q. 이번 기술이 갖는 의미는 무엇입니까?
이번 연구는 산사태와 토석류를 별개의 재난이 아니라 하나의 연속된 복합 재해로 분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김민석 지질재해연구실장은 "토석류 위험 범위를 정량적으로 예측할 수 있어 취약지역 대응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세계적 수준의 재난 대응 기술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연구성과는 지난해 5월 국제학술지 'Environmental Modelling and Software'와 12월 'CATENA에 실렸습니다.
◆ 결론…"예측이 곧 생존"
극한 강우가 일상이 된 시대에는 재난을 '막는 것'보다 '정확히 예측하는 것'이 더 중요한 과제입니다.
산사태 이후 이어지는 토석류 재해는 피해 규모와 속도 면에서 훨씬 위협적인 2차 재난인 만큼, 어디까지 번질지 미리 아는 기술이 곧 생존을 좌우하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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