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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영동 대공분실 재단장 10일 개관...민주화 운동 역사 한눈에

기사입력
2025-05-21 오전 10:02
최종수정
2025-05-21 오전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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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 쿵, 쿵, 쿵.'


누가 벽을 치는 건지, 철제 계단을 밟는 건지 알 수 없는 소리가 규칙적으로 울려 퍼졌습니다.


20일 둘러본 서울 용산구 남영동 옛 대공분실은 1층부터 쿵쾅거리는 소리로 가득 찼습니다.


경찰에 불법 구속돼 대공분실로 끌려온 사람들은 눈을 가린 채 고문실이 있는 5층까지 양팔을 붙잡힌 채 나선형 계단을 올라야 했다고 합니다.


당시 상황을 재현하듯 기념관 곳곳에는 200개 넘는 스피커가 설치돼 공간별 '사운드스케이프'(소리 풍경)가 펼쳐졌습니다.


과거 군사정권 시절 민주화 운동가들이 고문당한 장소로 악명 높았던 남영동 대공분실이 민주화운동기념관으로 재단장해 6·10 민주항쟁 38주년인 내달 10일 개관합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개관을 앞두고 기념관을 언론에 공개했습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조규연 전략기획실장은 "눈을 가리면 청각이 발달하고 공포감이 배가된다"며 "어떤 분들은 계단으로 올라가는 데도 불구하고 지하로 내려가는 것처럼 그릇된 인식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고문실로 사용했던 5층에서도 쿵,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바람이 지나는 듯 '솨' 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5층은 복도를 사이에 두고 15개 조사실이 지그재그로 배치돼 있었습니다. 조사실별 크기도 제각각이고, 욕조, 변기, 침대의 유무도 달랐지만, 고(故) 박종철 열사가 고문당한 9호 조사실만 거의 원형 그대로 유지되고 있었습니다.


물고문으로 숨진 박 열사의 조사실에는 세면대, 욕조, 변기가 설치돼 있었고 그의 영정사진과 모교인 서울대 언어학과 동기회 깃발도 놓여 있었습니다. 9호 조사실은 입구에 투명 가림막이 세워져 내부에 들어갈 순 없었습니다.


조사실 곳곳에는 당시 자행된 고문의 흔적이 남아 있었습니다.


10호 조사실에는 조사실 내부 발언을 기록하던 마이크가 전시돼 있었습니다. 이 마이크는 기념관 조성 공사 중 보강 공사를 위해 걷어낸 천장에서 발견됐습니다. 석고 패널로 보이지 않게 가려둔 상태였다고 합니다.


사람을 눕혀 놓고 콧구멍에 고춧가루를 탄 물을 들이붓는 고문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나무판인 '칠성판'도 보였습니다.


정치인이나 학생운동 주동자 등 주요 인물을 고문하던 3층 특수조사실에는 사람을 둘러싸고 구타할 때 사용되던 멍석이 놓여 있었습니다.


3층 화장실만 바닥, 벽, 천장이 붉은빛을 띠었는데, 조 실장은 이곳이 '빨간 방·파란 방·노란 방 등에서 각각 조사를 받았다'는 증언과 일치해 그 증거로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색깔 있는 타일과 조사실 내부 자재들은 2000년대 들어 경찰청 인권센터로 사용되면서 리모델링을 거쳐 철거되거나 변경됐습니다.


옛 대공분실에서 나와 교육·전시동으로 사용되는 건물 M1도 공개됐습니다. 이곳에는 가로 17m 28㎝에 달하는 긴 패널에 이승만 정권 시절 2·28 민주운동부터 4·19 혁명, 부마 민주항쟁, 5·18 민주화운동 등에 대한 설명이 적혀 있었습니다.


무용수 두 명이 연기하며 몸짓으로 설명하는 '도슨트 무용'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들은 3·15 의거, 유신헌법 반대운동 등을 설명하며 무용을 선보였습니다. 도슨트 무용은 개관 후 사전 예약을 통해 주말에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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