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대통령 선거가 2주 남은 가운데 이번 대선에 여성 후보가 한명도 없다는 사실에 실망감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남성 후보로만 꾸려진 대선은 2007년 12월 실시된 제17대 대선 이후 18년 만입니다.


19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이버선거역사관 홈페이지에 따르면 18년 전인 17대 대선 당시 후보는 등록일 기준 총 12명이었으나 여성은 없었습니다.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무소속 이회창 후보 등 남성만 후보로 등록했습니다.


여성 정치인의 대선 진출은 그로부터 5년 후인 2012년 18대 대선에서 가장 활발했습니다. 후보 등록 마감일 기준 총 7명 중 4명이 여성으로, 후보 성비가 유일하게 역전됐던 대선이기도 합니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 무소속 김소연·김순자 후보 등이 출마했습니다. 이정희 후보가 선거일 직전 사퇴하며 3대3으로 성비가 동등해졌지만, 이마저도 가장 균형 잡힌 성비로 꼽힙니다.


2017년 5월 장미꽃 필 무렵 실시돼 '장미대선'이라 불리는 19대 대선에서는 심상정 전 정의당 대표가 15명의 후보 중 유일한 여성이었습니다.


이어 2022년 코로나19 팬데믹 속에 치러진 20대 대선에서는 14명의 후보 중 2명이 여성이었습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역대 여성 정치인 중 최초로 두 번 연속 대선에 출마했으며, 진보당 김재연 후보도 이름을 올렸습니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는 남성만 후보로 나섰습니다.


직장인 김모(30) 씨는 "휴일에도 (계엄·탄핵)집회에 나가면서 지키려고 했던 한국의 민주주의가 18년 퇴보한 느낌"이라며 "단순한 숫자를 넘어 한국 사회의 성평등, 기회의 평등 수준을 드러낸다"고 개탄했습니다.


30대 김은서 씨는 "추운 집회 현장에서 여성은 눈사람이 되는 동안 대통령 선거 후보는 남성으로만 채워졌다"며 안타까워했습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아쉬움을 넘어 참담하다는 반응까지 이어졌습니다. 특히 지난 겨울 탄핵 정국 속 광장을 지키려 애썼던 여성들은 아쉬움이 더 큰 모습입니다.


서울시 생활인구 통계에 따르면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이 이뤄지던 지난해 12월 14일 여의도 집회 참석자 중 여성의 비율이 60.91%였습니다.


엑스(X·옛 트위터) 이용자 'lov***'는 "2025년인데 여성을 대변하는 유력 후보가 하나도 없는 현실이 참담하다"고 했고, 'so***'는 "여성 후보가 없는 것도 모자라 공약조차 얼마 없다는 것이 슬픕니다. 광장에 수많은 젊은 여성이 나와 맞서 싸웠는데도요"라고 썼습니다.


또 'loo***'는 "우리나라 유권자 성비는 정확히 50대50인데 국회의원 성비는 8대2에 그치고, 이번 대선에서 여성 후보는 단 한명도 없다. 여성이라면 마땅히 모욕감을 느껴야 한다"고 적었습니다.


각종 공식 통계 데이터를 제공하는 '지표누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 국회의 여성 의원 비율은 19.2%였습니다. 이는 국제의원연맹(IPU) 주요 국가 193개국 중 126위로 하위권에 속합니다.


지표누리는 "여성 권한을 측정하는 지표 중 하나로 활용할 수 있다"고 여성 국회의원 비율 집계의 의의를 소개했습니다.


장승진 국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국 여성의 대표성이 낮은 것은 고질적인 문제이지만 총선·지방선거 기준으로만 보면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며 "이번 대선 후보 목록만이 특별하다고 볼 수 없고, (한국 정치의) 전반적인 상황을 반영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TJB 대전방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