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 지속으로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의 차입금이 올해 1분기에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동시에 공장 가동률도 꾸준히 하락하는 등 국내 배터리 업계의 보릿고개가 길어지는 모습입니다.
18일 각 사가 공시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배터리 3사의 차입금 규모는 49조6천억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 42조5천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7조원 이상 늘어난 것입니다.
배터리 3사는 차입금을 늘려 북미·유럽을 포함한 해외 공장 증설, 기술 투자 등에 재원을 쏟았습니다.
차입금 증가로 재무 부담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캐즘 이후 승기를 잡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설명입니다.
1분기 기준 기업별 차입금 규모는 LG에너지솔루션 17조6천126억원, 삼성SDI 11조6천155억원, SK온 20조3천907억원입니다.
이 가운데 SK온은 작년 말(15조5천997억원)보다 차입금이 4조7천910억원 증가하며 가장 큰 증가 폭을 보였습니다.
이는 1분기에 미국 에너지부의 '첨단기술차량제조'(ATVM) 프로그램에 따른 정부대여금이 6조3천304억원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반면 단기 차입금은 1개 분기 만에 2조3천925억원가량 줄였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차입금이 2조2천220억원 늘었는데 1분기에 원화 회사채 1조6천억원 등을 조달한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삼성SDI는 377억원 수준으로 차입금 증가 폭이 가장 작았습니다.
자금조달 방식으로 차입금에 포함되는 회사채가 아닌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섰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향후 회사채를 발행할 가능성도 점쳐집니다.
삼성SDI는 지난달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2023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캐즘 영향이 계속되고 있지만 이차전지 투자는 당장의 수요가 아니고 최소 2∼3년 후에 이뤄져야 한다"며 "계획대로 차질 없이 투자를 진행해서 향후 본격적인 시장 수요 회복 시점에 더 크게 반등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투자와 별개로 배터리 3사의 가동률은 계속 하락세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의 평균 가동률은 2023년(69.3%), 지난해(57.8%)에 이어 올해 1분기 51.1%를 기록했습니다.
삼성SDI의 소형 전지 가동률은 지난해 58%에서 올해 1분기 32%로 떨어졌으며, 주력 제품인 중대형 전지의 경우 분기보고서에 공개되진 않지만 소형 전지와 마찬가지로 가동률이 하락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SK온은 올해 1분기 지난해 같은 43.6%의 가동률을 유지했으나, 이 기간 생산 실적은 1억2천149만 셀에서 3천181만 셀로 대폭 하락했습니다.
이 같은 가동률 하락 지속은 캐즘 장기화로 인해 전기차 배터리의 수요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어서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대외적인 변동성과 수요 불확실성으로 인한 고객사들의 보수적인 재고 운영 및 전기차(EV) 생산 속도 조절 등에 따른 전반적인 수요 감소로 낮은 가동률이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2분기에는 미국발 관세 여파로 완성차 업체(OEM)의 보수적인 재고 운영 기조가 이어질 전망이지만, 북미 주요 OEM들의 전기차 판매가 견조하고 원통형 배터리 등 신모델 출시가 이어지면서 가동률이 점차 상승할 여지도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워낙 변동성이 큰 상황이라 예측하기 쉽지는 않지만 1분기를 저점으로 2분기부터는 (유럽 등) 일부 공장의 가동률이 조금씩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습니다.
TJB 대전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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