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컴퓨터로 설계한 항체로 '치료 불가' 암 돌연변이 정밀 타격 성공
"세포 속 암 세포만 골라 사멸"…항체에 T세포 '눈' 달았다
암 돌연변이를 정밀 공격하는 항체 기술이 개발됐다(AI 생성 이미지)
기존 항체 치료제가 접근하지 못했던 세포 내부의 암 돌연변이를 정밀하게 공격하는 차세대 항체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습니다. 난치성 암 치료의 새로운 지평을 열 것으로 기대됩니다.
KAIST는 생명과학과 오병하 교수 연구팀과 교원창업기업인 단백질 디자인 전문기업 ㈜테라자인 연구진이 공동 연구를 통해 대표적 암 유발 돌연변이인 'KRAS(G12D)'를 가진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찾아내 공격하는 항체를 개발했다고 24일 밝혔습니다.
◆ 세포 속 '치료 불가능한 표적' KRAS 돌연변이의 한계 극복
KRAS(G12D)는 세포의 성장과 증식을 조절하는 KRAS 단백질에 변이가 생긴 형태입니다. 췌장암, 대장암, 비소세포폐암 등 주요 고형암을 유발하는 핵심 원인으로 꼽히지만, 단백질이 세포 내부에 위치해 기존 항체 치료제로는 직접 공격할 수 없어 오랫동안 '치료 불가능한 표적(Undruggable Target)'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암세포 내부의 변이 단백질은 분해 과정을 거쳐 세포 표면의 면역 분자인 HLA(인간 백혈구 항원, 구체적으로 HLA-C*08:02 대립유전자) 복합체 형태로 표출됩니다. 이를 '신생항원(Neoantigen)'이라 부르며 외부에서 공격할 수 있는 유일한 표적이 됩니다.
하지만 정상 세포의 구조와 단 1개의 아미노산 차이밖에 나지 않고 크기가 매우 작아, 정상 조직을 공격하는 오프타겟(Off-target) 부작용 없이 이 복합체만을 선택적으로 구별해내는 항체 개발은 극도로 까다로웠습니다.
◆ AI 단백질 디자인과 독창적 스크리닝의 결합…TCR 유사 항체 개발
연구진은 세포가 손상된 단백질을 잘게 분해해 세포 표면으로 전달하는 면역 메커니즘에 주목했습니다. 연구팀은 컴퓨터 기반 계산적 단백질 디자인 기술과 세포 기반 실험을 결합해 이 암 돌연변이 조각만 정확히 식별하는 'TCR 유사(TCR-like) 항체'를 개발했습니다.
TCR(T세포 수용체)은 면역세포인 T세포가 세포 표면에 제시된 단백질 조각을 읽고 암세포를 찾아내는 '감지기' 역할을 합니다. 기존 TCR 기반 치료제는 구조가 불안정해 생산과 보관이 까다로운 단점이 있었습니다.
반면 이번에 개발된 TCR 유사 항체는 항체에 T세포의 '눈'을 달아준 형태입니다. TCR의 정밀한 신생항원 인지 특성과 일반 항체의 우수한 대량 생산성 및 체내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했습니다.
㈜테라자인은 컴퓨터상(in silico)에서 인공지능 기반 단백질 구조 디자인을 통해 최적의 유효 항체 골격을 1차 디자인했습니다. 이어 효모 표면 디스플레이(YSD) 라이브러리를 구축한 뒤, 실제 포유류 암세포주와 효모를 공동 배양하는 '세포 간 교차 스크리닝(Cell-to-Cell FACS)' 기법을 적용했습니다.
정상 세포 구조를 인지하는 효모는 탈락시키고 암 신생항원만 인지하는 효모를 분리해 최종 최적화된 고특이성 항체 변이체(C8K10D5-18-DQE 등)를 도출했습니다.
왼쪽부터 (주)테라자인의 안상필 연구원(KAIST 졸업), (주)테라자인의 정보성 박사(KAIST 졸업, 공동 교신 저자), KAIST 공학생물학대학원 오병하 교수
◆ 분자 구조 규명 및 CAR-T·이중항체 플랫폼 적용 검증
포항방사광가속기를 이용한 X선 결정학 분석 결과, 발굴된 항체는 타 대립유전자와의 교차 반응성이 전혀 없음을 입증했습니다. 또한 항체가 신생항원 변이 펩타이드 중심부의 Lys7P 잔기와 완벽한 수소 결합 및 이온 결합을 형성해 정밀 타격하는 분자적 메커니즘을 세계 최초로 시각적·구조적으로 규명했습니다.
나아가 개발된 항체는 차세대 면역세포치료제인 CAR-T 유전자 재조합 포맷과 이중 T세포 결합체(TCE) 구조인 싱글체인 디아바디(scDb) 형태로 리포맷되었습니다. 환자 세포 유래 모델 테스트 결과, 정상 상피세포에는 독성을 보이지 않으면서 내부에서 자연 가공되어 표출된 KRAS G12D 신생항원 보유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인지해 효과적으로 사멸시켰습니다.
◆ "정밀 항체 치료제 개발의 새로운 기반 마련"
오병하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항체는 KRAS(G12D) 돌연변이를 가진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식별할 수 있어 정상 세포 손상을 최소화하는 정밀 항체 치료제 개발 가능성을 보여줬다”며 "이번 연구에서 개발한 계산적 항체 디자인 기술은 KRAS뿐 아니라 다양한 암 돌연변이를 표적으로 하는 차세대 항체 치료제 개발에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연구의 제1저자와 교신저자는 모두 KAIST 출신 연구진으로 구성됐습니다. ㈜테라자인 안상필 연구원이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오병하 교수와 ㈜테라자인 정보성 연구소장이 공동 교신저자로 연구를 총괄했습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유전자 및 세포 치료 분야의 세계적 권위 학술지인 '몰레큘러 테라피(Molecular Therapy)' 온라인판에 6월 3일 게재됐습니다.
(사진=KA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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