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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딸 증후군'...엄마가 이상한 걸까, 내가 이상한 걸까.

기사입력
2025-07-13 오전 10:17
최종수정
2025-07-13 오전 10:17
조회수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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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과 손잡고 다니면서 맛난 걸 먹고, 친구처럼 지내기를 꿈꾸는 예비 엄마들은 많습니다.

아이가 태어나면 그 해맑은 눈을 바라보며 살포시 껴안을 때의 감동은 세월이 흘러도 쉽게 잊히지 않는 인생사 명장면 중 하나일 것입니다.

하지만 곧 '현타'(현실 타격)가 옵니다.

아이는 커가면서 '자아'를 찾아가고, 그 과정에서 모녀간 심각한 갈등이 생기기 일쑤입니다.

엄마의 잔소리는 끝없이 이어지고, 딸의 반항은 잔소리에 비례해 커집니다.

심각한 경우에는 서로 말을 섞지 않는 상황도 발생합니다.

'보통의 딸'보다 '착한 딸'들은 그 과정에서 인내하고 참습니다.

엄마의 잔소리를 그저 '나 잘되라고 하는 소리려니'라고 흘려 넘깁니다.

간혹 반항하고 나면 마음이 좋지 않아 '자신을 끊임없이 돌아보며 자책'합니다.

그리고 곧 상상의 나래를 펼칩니다.

'엄마의 말과 행동을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건 아닐까', '내가 고집이 센 걸까', '내가 이기적인 걸까'….

미국의 심리치료사 캐서린 파브리지오는 신간 '착한 딸 증후군'(황소걸음)에서 그런 의문이 들 때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해보라고 권합니다.

엄마는 '늘 자기 말이 옳다고 하는가', '당신의 선택에 제일 잘 안다며 일일이 관여하는가', '어떤 상황에서도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가', '작은 일조차 자신의 책임은 아니라고 하는가', '진심으로 사과한 적이 있는가',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말은 엄마밖에 해줄 사람이 없어'라는 말을 자주 하지 않는가.

대부분의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한다면, 엄마의 문제이지 딸의 문제가 아니라고 저자는 강조합니다.

엄마가 자신의 복잡한 심리에 갇혀서 딸에게 온전한 사랑을 줄 수 없는 존재가 됐을 수도 있다면서입니다.

그 계기는 다양합니다.

어린 시절 겪은 트라우마일 수도 있고, 딸을 잘 키우겠다는 지나친 욕심(물론 헌신에 기반한)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저자도 오랫동안 엄마와의 관계에서 '착한 딸 증후군'에 빠진 '을'의 존재였다고 토로합니다.

책에 따르면 저자의 엄마는 가난과 아픔으로 얼룩진 어린 시절을 보낸 후 목사와 결혼하고 뒤늦게 공부를 시작해 박사학위까지 따낸 의지의 여성이었습니다.

심리치료사인 엄마는 어린 시절부터 저자의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는 '헬리콥터 엄마'였고, 저자는 매사 고분고분했던 '착한 딸'이었습니다.

그는 엄마 뜻에 따르려 노력했고, 엄마가 바라는 길로 걸으려 애썼습니다.

전공도 엄마와 같은 임상심리학을 택했습니다.

그러나 자아를 상실한 채 엄마의 의지에 모든 걸 맡긴 인생의 대가는 혹독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무엇을 생각하고 원하는지조차 잊어갔다. 대신 엄마 얼굴색만 봐도 그날의 분위기를 알았고, 엄마 말 한마디, 눈빛 하나에 즉각 반응했다…결국 나는 우울증에 빠졌다."

그는 뒤늦게 용기를 내 엄마에게서 독립을 선언했습니다.

더는 옆에 머물 수 없는 한계점에 다다랐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결국 엄마 곁을 떠났고, 그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오히려 그 결정이 지나치게 늦었음을 후회할 정도였습니다.

"엄마에게서 독립하기는 힘겨운 과정이었으나 결국 자유를 얻었다."

저자에 따르면 아이는 감정을 억누르고 부모의 기대에 부응해 사랑을 확보하려 합니다.

그러나 이런 종속관계가 지속되면 딸의 진짜 자아는 밀려나게 됩니다.

거기서 그치는 게 아닙니다.

우울증과 자아 상실감이 찾아올 수도 있습니다.

저자는 '자아 찾기'는 삶에서 중요한 가치라며 이를 얻기 위해선 엄마와 적절한 거리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그러면서 너무 늦지 않게 엄마와의 "불공정 계약"을 정리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착하다는 말이 순종적이고 의존적인 모습을 뜻한다면, 그 반대편에는 자기 삶을 주도하는 독립적인 인격이 있다. 건강한 가족관계에서는 어린 시절부터 독립된 성인으로 성장할 준비를 한다. 그러나 가족의 역할이 뒤바뀌어 딸이 엄마의 보호자가 되면 자연스러운 독립 과정은 멈춘다. 엄마는 딸을 보내지 못하고, 딸은 자기 삶을 시작할 때를 기다리며 그 자리에 머문다."

엄마들에 대해서도 저자는 쓴소리합니다.

그는 많은 헬리콥터 엄마가 12살 무렵에 시작되는 자녀의 독립 과정을 지연시키고, 성인이 된 아들딸조차도 통제하려 한다고 비판합니다.

이런 관계에서 자녀의 성공과 실패는 온전히 자기 것이 되지 못하고, 엄마의 경험으로 흡수된다고 지적합니다.

겉보기에 헬리콥터 엄마들의 이 같은 모습은 자녀의 성공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좋게 보이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 이는 자녀의 장래에 좋지 않다고 단언합니다.

"지나친 헌신은 자녀에게 평생 갚을 수 없는 빚으로 남아 무거운 부담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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