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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 소실된 이성계 어진은 어떻게 되살렸나…보존과학 특별전

기사입력
2025-12-02 오전 09:23
최종수정
2025-12-02 오전 09:23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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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빛과 붉은빛의 유리구슬이 어우러진 위로 글자가 보입니다. 즐거움을 나타내는 희(喜)자가 두 개 붙은 쌍희(囍)자입니다.

장수와 복, 화합을 기원하는 의미로 널리 쓰여온 문양입니다.

언뜻 보기에는 괜찮은 모습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유물 곳곳에 빈 공간이 있고 무늬 일부도 사라졌습니다. 유리구슬을 꿰어 만든 발, 옥렴(玉簾)의 모습을 되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보존과학자들의 고민과 선택이 시작되는 순간입니다.

세월의 흔적이 쌓이고 상처 난 문화유산에 새 숨결을 불어 넣는 보존과학을 주제로 한 전시가 열립니다. 국립고궁박물관이 개관 20주년을 맞아 준비한 특별한 자리입니다.

박물관이 이달 3일부터 선보이는 '리:본(RE:BORN), 시간을 잇는 보존과학'은 박물관의 숨겨진 공간 '보존과학실'이 걸어온 역사와 여정을 다룹니다.

처음으로 공개하는 옥렴을 비롯해 주요 보존 처리 사례를 한자리에 모았습니다.

박물관 관계자는 "보존과학은 단순한 복원이 아니라 유물 속 시간과 기억을 읽고 되살리는 작업"이라며 "과학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연구 성과를 조명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각각의 유물을 되살리는 과정이 흥미롭다.

전시 들머리에서 소개하는 옥렴은 보존 처리가 한창 진행 중인 유물입니다.

대한제국 시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데, 제작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구슬을 연결하는 끈이 끊어지고 구슬도 많이 떨어진 상태입니다. 전시에서는 끈을 튼튼하게 보강하며 작업 중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창덕궁에서 옮겨진 옥주렴 역시 전문가의 '손길'이 더 필요한 유물입니다.

청색과 투명한 색의 유리구슬을 줄에 꿰어 '성수'(聖壽)·'만세'(萬歲) 글자를 표현한 유물 너머로 그간의 보존 처리와 복원 과정을 엿볼 수 있습니다.

조선 왕실의 어보(御寶·임금의 도장)와 인주를 담아 이동할 때 쓰던 가죽 가방인 호갑의 보존 처리 전후 모습, 1960년대에 이어 다시 보존 처리한 색회꽃무늬항아리 등도 보여줍니다.

2023년 일본에서 돌아온 뒤 보물로 지정된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 왕실의 권위를 상징하는 어보 등을 과학적으로 조사한 결과와 과정도 소개합니다.

태조 이성계(재위 1392∼1398)의 모습을 담은 어진(御眞)을 되살린 과정은 특히 주목할 만합니다.

옛 문헌과 기록 등에 따르면 태조의 초상은 26점이 제작됐다고 전하지만, 전란과 한국전쟁 등을 거치면서 현재는 전주 경기전과 국립고궁박물관 소장본만 남아있습니다.

박물관이 소장한 태조 어진은 과거 화재로 절반 정도가 소실된 상태입니다.

이에 박물관은 1910년대에 촬영된 유리건판 사진, 국보로 지정된 전주 경기전 봉안본을 토대로 2013년에 어진을 디지털 작업으로 복원한 바 있습니다.

관람객들은 붉은 곤룡포(袞龍袍·임금이 입던 정복)를 입고 어좌(御座·임금이 앉는 자리)에 오른 태조 얼굴이 복원되는 과정을 생생하게 만날 수 있습니다.

정용재 국립고궁박물관장은 "시간을 연장하고, 밝히고, 되살려 이어가는 보존과학의 의미와 가치를 새롭게 바라보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전시는 내년 2월 1일까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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